▲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노아름 KB자산운용 ETF본부장,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 김승철 NH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장,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사업부장,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글로벌 패권 강화 야심에 탑승하라.”
국내 8대 자산운용사 상장지수펀드(ETF)사업 본부장들은 올해 ETF 투자전략 방향을 묻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마가노믹스’를 언급했다.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영어문장의 약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다. 마가노믹스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뜻한다.
취임 3일차에 이미 공격적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야망’에서 투자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트럼프의 마가노믹스 시대, 도대체 어떤 ETF를 사야할까?
비즈니스포스트가 설 연휴를 앞둔 24일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 국내 ETF시장 8대 운용사의 ETF사업 본부장에게 올해 ‘밀고 있는’ 유망 종목을 딱 하나씩만 짚어달라고 주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8대 운용사 본부장들은 트럼프 2기 주목해야 할 핵심 테마로 ‘인공지능(AI)’을 뽑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본격화될 미·중 패권전쟁과 미국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5천억 달러(718조 원) 규모 공격적 투자가 인공지능 강세장의 새로운 연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트럼프’ 열차 타고 AI 시대 가속화된다, 세부섹터로 차별화전략 세워야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스타게이트(미국 내 인공지능 인프라 5천억 달러 투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천 종목으로는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를 제시했다. 이 ETF는 인공지능산업 발전으로 촉발된 전력수요 확대에 수혜를 볼 미국 전력효율화 관련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산업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공식 파트너 기업에 투자하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김 본부장은 바라봤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미국의 인공지능 규제완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투운용의 ‘ACE 글로벌AI맞춤형반도체’는 이런 측면에서 전력 대비 성능비율이 좋은 추론형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본부장은 “올해는 금리보다 ‘마가’ 정책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에 주목해야 하고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는 인공지능”이라고 내다봤다.
남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초격차를 위해 인공지능 관련 규제완화와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는 공격적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며 “이는 많은 투자기회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과 김승철 NH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장도 올해 대표 전략상품 1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인공지능 테마형 ETF를 내놓았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본부장의 추천 종목은 ‘SOL 미국AI소프트웨어’ ETF다.
김 본부장은 이미 가전과 모빌리티, 디지털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올해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특색을 보유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2025년은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에서도 언급됐듯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익성 확보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SOL 미국AI소프트웨어는 이에 최적화된 상품”이라고 자신했다.
김승철 NH아문디자산운용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 패권 지위 강화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이익 실현 움직임과 더불어 인프라 관련 투자 관련 종목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ETF로 ‘HANARO 글로벌생성형AI’를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 친화적 정책, 금리인하 기조 등으로 미국 증시 자체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 테마에서 투자기회가 올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인공지능 관련 기술혁신은 지속적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도 올해 가장 유망할 ETF로는 ‘TIGER 미국S&P500’을 꼽으면서 투자전략에서는 미국 인공지능 반도체와 인프라 투자 확대에 편승할 수 있는 ETF 종목들로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이 20일 워싱턴D.C.에서 취임식 뒤 열린 무도회에서 항공기 모양 케이크를 자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미국의 패권전쟁 수혜주를 찾아라, 우주항공·에너지 밸류체인도 눈여겨봐야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8대 운용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가 아닌 국내 종목들을 담은 상품을 내걸었다.
‘PLUS 한화그룹주’ ETF다.
PLUS 한화그룹주 ETF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한화투자증권 등 한화그룹 계열사 11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금 본부장은 “방위산업과 우주항공, 조선, 가상화폐 등은 모두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업종인데 한화그룹주 ETF가 바로 이런 섹터들을 골고루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사업부장은 올해의 전략상품으로 ‘KIWOOM 미국양자컴퓨팅’을 추천했다.
정 본부장은 “트럼프 시대 가속화될 대세 트렌드는 ‘미중 패권전쟁’”이라며 “양자컴퓨팅은 국가 안보, 인공지능 산업, 우주항공과 신약개발 등 산업의 핵심열쇠로 인공지능, 반도체와 더불어 미중 기술 패권전쟁이 격화될 3대 산업으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에너지 전략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RISE 글로벌원자력’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에너지산업을 지지하며 원자력 확대를 통한 제조업 부흥에 힘을 싣고 있다”며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 추세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8대 운용사 본부장들은 기본적으로 2025년에도 미국 증시 강세를 전망했다.
특히 S&P500지수 등 미국 주요 지수와 인공지능 등 혁신기술 테마 ETF들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에서 알 수 있듯 트럼프 2기 원년인 2025년에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 드라이브가 강력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지니는 양면성을 고려해 투자 리스크 요인들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사업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관세 정책, 자국 중심의 성장정책 및 배타주의 등으로 글로벌 자본시장 및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의 정책방향과 시장의 반응을 면밀히 주시하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ETF시장 순자산은 182조41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새해 들어 20여일 만에 순자산 10조 원 규모가 유입됐다.
국내 ETF시장 규모는 2022년 78조5116억 원, 2023년 121조672억 원, 2024년 172조5639억 원으로 커졌다. 최근 3년 해마다 순자산이 약 50조 원씩 증가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ETF 수도 944개에 이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