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2심 선고가 다가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항소심 선고가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2심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목적과 정당성, 합병 비율의 공정성,
이재용 회장의 개입 정도, 검찰이 확보한 자료의 증거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고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해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4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 회장이 오는 2월3일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대외 행보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년과 달리 이번 설 연휴에는 해외 출장에도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이 있는 국가를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해왔다. 2024년 설 연휴에는 말레이시아를 찾아 삼성SDI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살폈다.
하지만 올해는 중요한 재판을 앞둔 만큼, 모든 공식 일정을 비워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각종 부정 거래와 회계 부정 등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항소했고, 2024년 11월2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 징역 5년,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합병의 목적과 정당성이다.
검찰 측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부당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 측은 합병이 삼성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으며, 개인적 이익을 위한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합병 비율 적정성도 재판 결과를 가를 수 있는 요인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합병 당시 개인적으로 지분 23.2%를 보유하던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삼성물산보다 높게 평가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합병 비율이 합법적 방식으로 결정됐다고 판단했는데, 2심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됐다.
2심 재판부가 검찰이 확보한 2270만 건(23.7테라바이트) 상당의 디지털 자료, 은닉한 서버와 하드디스크, 백업 서버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1심 법원은 검찰이 증거를 위법하게 취득했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2심 법원이 이와 다른 판단을 한다면 재판 결과는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다.
▲ 오는 2월3일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관련 항소심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이번 판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오늘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3월 주총에서 등기이사 복귀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말 사내이사 임기를 마친 뒤 5년 넘게 미등기 임원으로 삼성전자를 이끌어왔다. 미등기 임원인 탓에 보수도 받지 않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는 탓에 등기이사 복귀를 계속 미뤄온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위기론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올라 미래 사업 투자 등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좀 더 확실한 위기 극복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밀렸고, 올해 영업이익도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선결 조건으로도 꼽힌다.
그룹 총수가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해야,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고, 그 결정에 관한 책임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면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023년 연간 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외형적 1등을 넘어 존경받는 일류 기업이 되려면 최고경영자의 등기 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병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11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