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저가에 제품 공급을 늘리며 업황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YMTC 메모리반도체 참고용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수요 부진으로 늘어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저가에 물량을 판매하며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연말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떠오른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3일 “중국 정부 세무조사와 고객사 수요 부진 영향으로 중국 메모리 제조사들이 재고 물량을 ‘덤핑’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2분기부터 공격적인 재고 축소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SSD를 비롯한 메모리 제품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현재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업황 회복 이전인 2023년 초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연말까지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은 최근 약 2년에 걸쳐 정부의 자국 내 공급망 강화 정책에 따라 생산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현지 고객사들이 중국산 반도체 구매를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경기 부진 등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주요 지방정부에서 세무조사를 강화하며 반도체 기업들을 압박하기 시작하자 업계 전반에 위기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세금 폭탄’을 맞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재고 물량을 저가에 판매하기 시작하며 메모리 공급망 전반에 악영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하반기부터 성수기 효과를 맞아 안정적 회복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제는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화웨이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가 메모리 재고를 충분히 축적해 둔 것으로 파악되는 점도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기 쉽지 않은 배경으로 제시됐다.
디지타임스는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 완제품 가격이 역사상 최저치에 가까울 정도로 하락했다며 제조사들이 원가 상승에 이어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동남아, 남아메리카 등 시장에서도 메모리 수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전자제품 가격이 대부분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기업이 제조하는 메모리반도체는 대부분 현지에서 소비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중국 내 제조사들의 수요가 저가의 자국산 제품으로 대체되고 반도체 가격도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메모리반도체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하반기 실적에도 부정적 여파를 피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고성능 및 고용량 메모리반도체 제품은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며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생명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 기업들과 달리 고사양 메모리 실적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황 부진에 따른 타격을 어느 정도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디지타임스는 중국발 반도체 재고 처리에 따른 영향은 올해 말까지 대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