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 출하량이 내년에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H100' 제품 이미지 일부. <엔비디아>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출하량이 내년부터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가 올해 가파른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맞고 있는 반면 내년에는 공급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내년 H100 프로세서 출하량을 올해의 최소 3배, 최대 4배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인공지능 프로세서 주력 상품인 H100을 50만 대가량 공급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내년 예정된 출하량은 150만~200만 대 사이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내년까지 판매되는 H100 프로세서는 이미 품절된 상태다. 전 세계 IT기업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주문을 넣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H100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데이터 학습에 쓰이는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다. 관련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제품이다.
전 세계 IT기업이 인공지능 투자 확대를 서두르고 있어 엔비디아는 급증한 수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간에 주문량이 크게 늘어 일부 공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H100 반도체 위탁생산을 전담하는 TSMC의 패키징 공급 능력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TSMC는 서둘러 공장 증설에 나서며 내년 공급 물량을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내년 H100 출하량을 올해의 최대 4배까지 늘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세워둔 점은 이러한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지시각으로 24일 발표되는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인공지능 반도체 판매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6%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매출 증가폭은 이를 훨씬 웃돌게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H100이 1대당 4만 달러(약 5358만 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예측대로라면 H100 단일 제품에서만 발생하는 연매출은 올해 200억 달러(약 27조 원)에서 내년 최대 800억 달러(약 107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현재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두 가지 요인은 TSMC의 반도체 패키징과 HBM(고대역) 메모리반도체”라고 전했다.
카운터포인트는 TSMC의 반도체 패키징 공급 부족이 완전히 해소되는 시기는 2024년 연말쯤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5년 출하량은 내년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HBM 메모리반도체 주요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 능력 확대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공지능 서버 시장 전체의 상황이 엔비디아의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에 달려 있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갈증’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