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급감한 영업이익을 내면서 일부 메모리 제품에서 단기적 감산에 들어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업황 반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DDR5 같은 차세대 D램 공급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두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채비를 마치고 생산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업황 악화에도 공정 업그레이드에 따른 생산 조절만 해왔으나 1분기 반도체사업에서 3조~4조 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돼 업황 반등 시점 전까지 체력을 비축해둬야 할 필요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경 사장이 일부 제품에서 단기적으로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지만 인프라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중장기적 반도체 수요 회복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 사장은 불황 속에도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투자를 줄인 경쟁사보다 발빠르게 업황 회복의 과실을 최대한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이날 1분기 실적 발표 해설자료에서 "공급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단단한 수요가 전망돼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결정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2위와 3위 기업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인위적 감산에 들어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가동률이 92%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2분기에는 8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대 투입할 수 있는 웨이퍼 물량에서 20% 가량을 덜 투입한다는 의미다. 마이크론 역시 SK하이닉스와 비슷한 기조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경 사장은 이전까지 공정 업그레이드에 따른 생산 중단 외에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거나 라인 가동을 멈추는 이른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까지 차세대 D램 DDR5 제품군에서 경쟁사의 감산 효과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물량이 확보됐다고 판단해 이번에 단기적 감산으로 기존 경영전략을 세부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은 지난해 9월 간담회에서 경쟁회사와 줄어든 격차를 벌리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에서 경쟁사와 격차가 많이 있었는데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연구개발 등에 신규 투자를 더 집행해 격차를 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하면서 단기적 감산을 발표한 것은 예상보다는 D램 업황이 더욱 악화된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업황이 나빴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서도 20% 하락했고 낸드플래시 메모리 단가도 10~15%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놓고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 출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1분기에도 재고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추가로 보수적인 설비투자 운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고 바라봤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1분기 영업손실이 3조∼4조 원 대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보는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경 사장은 메모리 재고 물량과 시장의 변화 추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후 공급을 다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경제단체와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메모리 업황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초 ‘최근 수출부진 원인진단과 대응방향 브리핑’ 자료에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 반등이 올해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인공지능 바람 등을 타고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 회복강도가 내년 이후 삼성전자의 실적 눈높이를 결정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