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이 올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성과를 속속 공개하며 신약 개발 명가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1년여 동안 이어졌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다시 제약사 핵심 경쟁력인 연구개발(R&D)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사진)이 올해 주요 학회에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약 개발 명가’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23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25일(현지시각)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 참석해 7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11건의 비임상 연구 데이터를 포스터 발표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이번에 참석하는 국내 제약사 및 바이오업체 가운데 최다 건수다.
실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은 이번 행사에서 각각 1건, 유한양행은 에이비엘바이오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등을 발표하는 것과 비교하면 공격적 움직임으로 읽힌다.
발표 대상에는 차세대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나타내는 방식)로 꼽히는 mRNA(메신저리보핵산) 플랫폼이 적용된 항암신약도 포함됐다. 한미약품이 해당 물질에 대한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EZH1/2 이중저해제(HM97662), 선택적 HER2 저해제(HM100714), MAT2A 저해제(HM100760) 등의 비임상 결과도 발표한다.
미국암연구학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암 연구 학회로 꼽히는 만큼 기술수출과 글로벌 투자 유치의 시험대로 여겨진다. 한미약품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것을 비춰보면 기술수출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1년여 동안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도 풍파를 겪었다. 실제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해임 안건이 상정되기도 했다.
이런 혼란한 상황이 수습된 만큼 한미약품으로서는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한미약품으로서는 올해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의 열풍이 불면서 이른바 세계적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보유한 노보노디스크는 중국 유나이티드바이오테크놀로지로부터 삼중작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UBT251’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을 포함해 최대 18억 달러(약 2조6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한미약품이 이와 관련한 신약 후보물질도 올해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미국암학회뿐 아니라 6월 예정된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비만치료제 삼중작용제인 ‘HM15275’ 임상 1상 결과와 차세대 비만치료제인 ‘HM17321’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한미약품은 2023년 비만 및 대사질환 프로젝트 ‘H.O.P’를 발표하고 비만치료제 개발에 집중해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놓고 “단기 감량 중심에서 근육량을 조절하며 건강한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은 기술이전 가능성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