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이 ‘경기방어 대장주’로 떠올랐다.
경기침체 우려에 요동치는 증시 흐름에서 꾸준히 주가가 우상향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단기적 호재에도 중·장기적 악재 발생 위험이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전력 주식은 직전거래일보다 1.73% 오른 2만3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전력은 4월3일부터 최근 10거래일 동안 9거래일 상승, 1거래일 보합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주가는 10.3% 올랐다.
한국전력 주가는 코스피지수가 5% 넘게 주저앉은 4월7일에도 2.27% 상승했다. 이날 한국전력을 제외한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이런 탄탄한 주가 흐름에 외국인투자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4일부터 11일까지 한국전력 주식 약 448억 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순위 2위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순위 3위를 기록한 SK텔레콤(약 215억)보다도 두 배 이상 많이 사들인 셈이다.
통신주도 대표적 경기방어주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전력의 경기방어적 성격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 최근 유가 하락이 한국전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 요크타운의 유류 저장고. <연합뉴스> |
최근 유가 하락 흐름도 한국전력에 웃어주고 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관세정책 추진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59.10달러를 기록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1달러 낮아지면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약 3~4천억 원 개선된다”며 “유가의 손익에 6개월의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8일 한국전력에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만 원을 제시했다.
다만 중장기적 악재도 존재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기업들이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SK가스계열 석유화학회사 SK어드밴스드는 이달 안에 전력직접구매를 개시한다.
한국전력에서 산업용전기를 공급받던 국내기업이 도매시장에서 전력시장가격(SMP)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첫 사례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0년 12월 이후 모두 70% 인상되며 기업들의 전력 직접구매 수요가 늘어났다”며 “다수 기업들이 직접구매로 돌아설 경우 요금 인상 동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190원/kWh 수준까지 오르며 SMP와 큰 폭의 차이를 보이게 돼 기업들이 한전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며 “추가적인 요금 인상은 부담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국전력의 주가는 정부정책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한국전력 주가는 2016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2020년 상반기까지 크게 내렸다. 이 기간 한국전력 주가는 6만 원대에서 1만 원대로 하락했다.
당시 정부가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오랜기간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의 정책에 따라 한국전력의 주가 방향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