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4-14 17: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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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던 우주 헬스케어 투자를 잠시 접어두고, 본업인 제약 산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가 2번째 임기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던 우주 헬스케어 투자를 잠시 접어두고, 본업인 제약 산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단독 대표로 올라선 김정균 대표는 우주사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신사업에 돈을 더 쏟아 붓기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령은 최근 5년 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채 시장에 복귀했다.
보령은 제52-1회 및 제52-2회 무보증사채 발행을 통해 총 1천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규모는 최대 2천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보령은 김 대표가 지분 88%를 보유한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1750억 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불과 수개월 만에 다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기존 은행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유상증자처럼 지분 희석 우려도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기준 민간채권평가회사 4곳의 A0 등급 평균 민평금리가 2년물 3.321%, 3년물 3.58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모채 이자율은 연 3% 중반대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금리를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보령이 신한은행으로부터 연 4.89%로 조달한 차입금 300억 원, 연 5.32%로 조달한 차입금 200억 원에 대해 연간 약 8억 원의 이자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보령은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90억 원을 지급했다.
▲ 보령은 증권신고서에서 “우주 사업 분야와 관련해 예정된 투자 내역은 없다”고 밝혔다.
보령은 공모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 절반은 차입금 상환, 나머지 절반은 소화성궤양용제 케이캡, 항암제 온베브지 등 상품 매입 대금 결제에 사용할 예정이다.
다소 의외인 점은 김 대표가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던 우주사업 분야 투자 계획은 없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2022년 우주정거장 건설회사 액시엄스페이스 지분 투자, 2023년 액시엄스페이스와 합작법인 브랙스 스페이스 설립, 2024년 달 착륙선 제작사 인튜이티브 머신스 투자 등 3년에 걸쳐 전략적 투자를 이어왔다. 김 대표가 올해 단독 대표가 되면서 우주 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보령은 증권신고서에서 “우주 사업 분야와 관련해 예정된 투자 내역은 없다”고 기재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현재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령은 2020년부터 특허 만료 의약품을 인수해 자체 생산으로 전환하는 ‘LBA 전략’을 추진하면서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항암제 '젬자', '자이프렉사', ‘알림타’ 등의 판권을 확보하며 무형자산 취득에 사용한 금액은 2020년 383억 원, 2021년 431억 원, 2022년에는 1027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늘어난 차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보령의 총차입금은 2023년 2023억 원에서 2024년 1643억 원으로 감소했다.
CEO 서한과 주주총회 발언을 종합하면, 김 대표는 여전히 우주 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추가 투자보다는 기존 투자 범위 내에서 전략 방향을 재정립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강조하는 우주의학 사업이 본격화되려면 민간 우주정거장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제약도 있다.
우주 의학은 무중력, 우주방사선 등 지구와 다른 환경의 우주에서 인체에 발생할 수 있는 의학상 문제를 연구하는 것이다. 2월 말 종영한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에서도 우주선에서 무중력 상태를 활용한 실험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액시엄스페이스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2030년 퇴역하기 전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해 2027년 초 첫 모듈을 부착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CEO 서한에서 “액시엄스페이스와 별개로 우주의학 인프라 확보와 같이 보령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업 기회를 탐색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타 법인에 대한 단순 지분 투자 방식으로 진행됐던 자원 배분 방식을 보령이 직접 주도하며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