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기업들이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를 사는 ‘직접전력구매’ 제도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전이 지난해 기업 전력요금을 올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전략 판매량의 과반을 차지하는 기업수요의 이탈 움직임에 향후 재무개선 및 전력망 확충 투자에 차질을 빚을까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대기업들의 직접전력구매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1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대기업들이 직접전력구매 제도를 통해 한전으로부터 전기사용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전력직접구매는 수전설비 용량이 3만kVA 이상인 대규모 전기 소비자가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민간발전업자를 통해 전기를 도매가격(SMP)에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전력거래소에 직접전력구매제도를 신청한 기업은 현재 2곳으로 파악된다. 다만 전력거래소는 직접전력구매제도를 신청한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민간 기업 가운데 SK어드밴스드와 LS M&M가 직접전력구매제도를 추진했으며 공기업 가운데선 코레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직접전력구매제도를 신청한 기업들은 일부 서류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업계에서는 이처럼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대기업들이 한국전력을 경유하지 않고 민간발전사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동안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속해서 높여와 대기업들의 민간발전사업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오랫동안 전력생산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기업체에 전력을 판매했으나 수익성 부담으로 인해 산업용 전기에 대해 2020년 12월 이후 8회에 걸쳐 70%가량 인상했다.
하지만 직접전력구매가 활성화돼 산업용 전력수요가 감소하면 한전으로서는 매출 감소에 따라 재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나온다.
산업용 고객의 비중은 전체 고객 가운데 단 1.7%에 불과하지만 한전 판매량에서는 지난해 기준 52%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뿐 아니라 직접전력구매제도 이용 확산으로 기업 수요가 줄어들면 한전의 추가 요금인상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한국전력은 누적영업적자 해소와 함께 국가 전력망 확충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 확보 측면에서 지난해 영업흑자 전환에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8조4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2021년 5조8601억 원, 2022년 32조6552억 원, 2023년 4조5416억 원까지 3년간 이어지던 영업손실에서 벗어났다.
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43조 원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회복 기미가 나타난 것이다.
한국전력은 흑자전환의 배경으로 "2023년부터 4차례 요금조정으로 전기판매수익이 증가했고 연료가격 안정화 및 자구노력 이행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와 전기요금의 단계적 정상화, 전력구입비 절감 등 다양한 방안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환율 및 국제 연료가격 변동 등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전까지 누적된 영업적자로 지난해 부채가 204조를 넘어서는 데다 대규모 국가 전력망 투자가 필요한 만큼 아직 전기 요금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특히 한전채 발행한도 규정(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5배로 한시적 확대)이 일몰하는 2028년까지 누적 영업적자의 상당부분 해소하려면 앞으로도 몇 차례 추가 요금 인상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최근 직접전력구매제도를 손보면서 시행 본격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1월22일 긴급1차 규칙개정위원회를 열고 '직접구매 제도 정비를 위한 규칙개정(안)'을 내놓았고 해당 안건은 3월28일 제310차 전기위원회에서 승인됐다.
특히 직접전력구매의 계약유지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신청을 제한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서는 직접전력구매로 전력시장에 경쟁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긴장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한국전력의 생존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전기의날 행사에서 "직접전력구매 제도가 판매 경쟁을 전제로 하는 만큼 관련 제도도 정비돼야 한다"며 "산업부와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