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정부의 스마트폰과 PC 등 전자제품 관련 관세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지 예측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예고된 만큼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 판도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의 스마트폰 등 IT(정보통신) 분야 관세 정책이 주요 기업에 미국 내 생산 투자를 압박하는 쪽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미국의 정책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어떤 기업이 상대적으로 경쟁에 유리한 위치에 놓일지를 예측하기는 아직 불가능하다.
블룸버그는 14일 “애플이 트럼프 정부의 일시적 관세 면제 조치로 한숨을 돌렸다”며 “그러나 그물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부과하는 125% 추가 수입관세 대상에서 스마트폰과 PC, 전자제품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을 한시적으로 제외하기로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을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애플이 고율 관세를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일단 벗어난 셈이다.
그러나 애플 제품이 20%의 일괄 관세 대상에는 여전히 포함되고 트럼프 정부의 추가 수입관세 전면 검토도 예정된 만큼 앞날을 예측하기는 아직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어떤 기업에도 예외는 없다”며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처럼 중국에서 제조하는 제품에 관세를 면제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 변화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 미칠 영향을 두고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주로 한국과 베트남 공장에서 제조한다. 당초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25%,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 도입을 예고하며 압박을 더했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관세율은 한동안 유예 기간을 거치며 10%로 유지되는 만큼 애플이 삼성전자와 비교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투자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CNBC에 “한국에서 제조된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 애플이 희망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애플을 비롯한 기업에 일시적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삼성전자가 오히려 더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전자제품 관세가 미국에 다시 생산공장을 건설하도록 유도하는 ‘리쇼어링 관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짐 크레이머는 결국 애플이 미국에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제시한다면 관세 면제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다만 이는 여전히 구체화된 정책이 아닌 관측에 불과한 만큼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정책적 변수가 아직 갈피를 잡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트럼프 정부의 전자제품 및 반도체 관세 부과가 리쇼어링을 핵심 목적으로 두고 있다는 점은 최근의 잇따른 정책 발표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미국 기업인 애플이 당장 자국 내 생산 투자에 더 강력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만큼 정책적 수혜를 받기도 유리해질 수 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전자제품과 반도체 관련 관세가 1~2개월 안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국가 간 무역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와 미국 사이 상호관세 관련 협상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삼성전자는 계속 정책적 불확실성을 안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관세 정책에 맞서는 중국 정부의 대응은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도 애플을 겨냥한 보복조치로 미국의 고율 수입관세 부과에 협상카드를 쥐려 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제조 공급망을 중국과 완전히 불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중국은 애플의 제품 생산 및 판매에 모두 핵심적으로 꼽히는 시장”이라고 바라봤다.
증권사 모간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현재 애플은 전체 아이폰의 87%, 아이패드의 80% 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무역 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국가에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봐 유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