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4-14 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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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가 티빙과의 합병을 앞두고 콘텐츠를 통한 ‘구독자 붙잡기’에 나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티빙과의 합병을 앞두고 구독자 수와 시청 시간 확대를 위한 콘텐츠 확보에 힘을 주고 있다. 몸집을 조금이라도 키워 합병 이후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막판 체력 키우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웨이브와 티빙의 ‘임원 겸임’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를 본격화하면서 합병 작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적자를 이어온 웨이브가 합병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사전 정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14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가 최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연이어 확보하며 구독자 수 및 시청 시간에서 점진적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보물섬’을 꼽을 수 있다. 해당 드라마는 16회 최종회에서 시청률 15.4%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공식 집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웨이브 내 역대 최고 시청 시간을 새로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4회 방송 당시 ‘보물섬’은 시청률 14.6%를 기록하며 웨이브 주말 평균 기준 자체 최고 시청 시간을 갈아치운 바 있다. 또한 첫 방송이 나간 1주 차 주말과 비교해 7주 차 주말의 시청 시간은 약 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한 화제성과 몰입감 높은 전개가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시청 시간뿐만 아니라 구독자 수 증가에서도 뚜렷한 효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웨이브에 따르면 ‘보물섬’은 4~6일 기준 자사 서비스 내에서 신규 유료 가입을 가장 많이 이끈 콘텐츠로 집계됐다. 다수의 이용자가 ‘보물섬’ 시청을 위해 새롭게 유료 가입을 선택한 셈이다.
이밖에도 구독자들의 기대를 모으는 다양한 콘텐츠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우선 4월 중 웨이브는 국내 OTT 가운데 처음으로 영국 느와르 액션 시리즈 ‘갱스 오브 런던 시즌3’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시즌1이 공개된 직후 영국에서 일주일 만에 223만 명 이상이 시청한 화제작으로 시즌3 역시 국내외 팬들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블록버스터 신작 ‘미키17’도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다. 해당 작품은 극장에서는 흥행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기생충’ 이후 봉 감독이 처음 선보인 할리우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OTT 공개 이후 구독자 유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웹 예능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면서도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전략이다.
▲ 웨이브가 다양한 웹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웨이브>
현재 웨이브는 ‘나래식’, ‘지멋대로 식탁’, ‘르크크 이경규’,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운동부 둘이 왔어요’ 등 다양한 웹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1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인기작들로 웨이브 이용자는 광고 없이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방송인 안정환씨와 프로파일러 권일용씨가 출연한 E채널 시사교양 프로그램 ‘용감한 형사들’의 스핀오프 웹 예능 ‘형, 수다’를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합병을 앞둔 웨이브가 재무구조를 다듬고 고객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단순한 콘텐츠 경쟁을 넘어 합병 이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티빙-웨이브 합병에 대한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심사’는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해당 심사가 통과되면 향후 양사의 경영진이 겸임을 할 수 있게 돼 조직 운영과 콘텐츠 전략 측면에서 보다 유연한 통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티빙과 웨이브 합병 관련 공정위의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절차상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을 앞두고 경영과 재무 전반에 걸친 사전 정비 작업을 마친 상태다.
SK스퀘어는 합병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3월 열린 웨이브 주주총회에서 이헌 SK스퀘어 포트폴리오관리 매니징 디렉터(MD)를 웨이브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헌 신임 대표는 SK텔레콤 전략투자 담당을 거쳐 SK스퀘어에서 매니징 디렉터를 맡았으며 2022년부터 콘텐츠웨이브 이사로도 활동해 왔다. SK스퀘어 출신이면서 웨이브 경영 경험까지 갖춘 인물로 티빙과의 합병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무 안정성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웨이브의 1대 주주인 SK스퀘어와 티빙의 최대 주주 CJENM은 2023년 11월 자금난을 겪던 웨이브에 각각 1500억 원과 1천억 원을 투입했다. 해당 투자금은 전환사채 상환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전 웨이브의 재무 구조를 안정시켜 통합 이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말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K-OTT’ 출범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합병 논의는 한동안 진전을 보지 못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웨이브와의 합병이 추진될 경우 인터넷TV(IPTV) 가입자 이탈 우려가 제기되면서 아직까지 공식적인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투자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KT스튜디오지니가 내부적으로 합병 찬성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가 공식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힐 경우 이르면 4월 안에 본계약 체결과 함께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에 대한 구체적 시기는 알 수 없는 상태”라며 “다만 최근 흐름을 종합해 보면 합병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