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 협회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UN)이 주도하는 주요 기후 평가에 미국의 참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 관계자 취재를 바탕으로 미국 연방정부 산하 '미국 글로벌 변화 연구 프로그램(USGCRP)'과 '해양대기청(NOAA)' 등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주요 실무그룹에서 발을 빼려 한다고 보도했다.
IPCC는 유엔 산하 전문가 그룹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전문성이 높은 세계 과학자들이 모인 집단이다. 주기적으로 기후변화 상황과 향후 전망을 상세하게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내놓은 '제6차 기후평가 보고서'는 2022년에 정식 발간됐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미국은 이번 달 24일부터 2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IPCC 회의에서 빠지게 된다. 항저우 회의는 제7차 기후 평가 보고서 작성을 의제로 글로벌 기후대응에서 탄소 제거 및 포집 기술의 역할을 규정하는 등 여러 중요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공식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하는 중국 외교부는 로이터를 통해 "미국의 IPCC 참여 중단과 관련해 아직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기후과학단체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델타 머너 박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IPCC 보고서가 제공하는 장점은 정부, 기업, 국제기구가 공통된 결론을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이 이 과정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IPCC 참여를 중단하게 되면 관련 연구는 불가피하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IPCC 산하 '기후변화 완화 실무그룹' 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운영 예산을 가장 많이 부담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올해 미국은 IPCC에 약 150만 달러(약 21억 원)를 제공하기로 했으나 의회에서 예산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기후 대응 협력을 계속 축소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캐서린 보웬 호주 멜버른 대학 교수는 "이번 IPCC 탈퇴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향해 보내던 신호와 그 방향성이 일치한다"며 "불행히도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IPCC를 향한 자금 지원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