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발 태양광 제품의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 기업을 상대로 문턱을 높여 국내 태양광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선제적으로 비중국 수직 계열화 등으로 공급사슬을 탄탄히 구축한 점이 빛을 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구축한 비중국 공급사슬이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1일 증권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그동안 부진했던 국내 태양광 업황 회복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을 둘러싼 업황이 2024년도를 기점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중국의 파괴적 공급 과잉이 일단락되며 북미와 유럽 지역 내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바라봤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국산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 당국의 규제 변화 및 미국의 타이트한 중국산 제품 관리로 중국 태양광 산업 구조조정도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태양광 기업은 그동안 중국발 공급과잉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우호적으로 뒤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공급과잉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중국 정부도 속도 조절을 시작한 모양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은 지난해에 2023년보다 45% 급증했다. 공급 과잉에 상장 중국 태양광기업 순손실 규모가 지난해 1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같은 흐름 속에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오는 6월부터 축소한다는 방침을 최근 내놨다. 또한 새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력 가격은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서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방식으로 바뀐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 아래 관세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국내 태양광 기업의 수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재생 에너지 가운데서도 효율성이 높은 태양광을 ‘멋진 산업’으로 지칭하며 우호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국내 태양광 기업을 돕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이같은 호재가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OCI홀딩스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39.2%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0.6%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선제적 비중국 공급사슬 투자가 빛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OCI홀딩스는 최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미국 내 태양광 산업 수직계열화를 위해 셀 합작법인을 세운다고 발표했다. 합작법인의 구체적 협력 대상이나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발전소’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로 이뤄진다.
합작법인이 만들어지면 OCI홀딩스는 폴리실리콘과 셀, 모듈, 발전 등에서 사업을 펼치게 되는 만큼 100% 비중국 수직계열화에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계열사 OCI는 태양광 폴리실리콘 제조뿐 아니라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 개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를 더욱 확장하겠다는 방침도 세워두고 있다.
▲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왼쪽 두 번째)이 아방 조하리 오펭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총리(Chef minister. 왼쪽 세 번째) 및 관계자들과 19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총리실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사회관계망 서비스>
이 회장은 또한 최근에는 글로벌 전략 생산거점인 말레이시아와 스킨십을 확대하며 가치사슬을 다지는 데 공을 들였다. 말레이시아에는 OCI홀딩스의 핵심 폴리실리콘 생산기업인 OCI 테라서스(TerraSus)가 있다.
그는 19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를 찾았고 현지 언론은 OCI가 현지 전문가 육성 등 투자 기조를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OCI그룹 오너3세인 이 회장에게 태양광 사업과 말레이시아가 지니는 의미는 깊다.
이 회장은 말레이시아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현지 관계자와 관계를 쌓았고 지난해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말레이시아 경제협력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그는 OCI가 그동안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밀려 큰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평소 중국과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이 회장은 지난 10일 2024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직접 등장해 “OCI의 태양광 주요 고객사는 세계적 회사들인데 이들은 첫 번째로 비중국산으로만 지어졌는지를 요구한다”며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우리도 적극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