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며 이후 주주환원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금융네트웍스 보험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올해 주주환원을 더 늘릴지 시장 안팎에서 관심이 모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 최고 수준 실적을 낸 데 이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면서 2800억 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일부(약 425만 주)를 모두 합쳐 약 2337억 원에 매각 완료했다.
삼성화재도 이날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약 74만 주를 매각해 처분금액 약 408억 원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매각은 11일 각 회사 이사회에서 의결됐으며 주당 가격은 10일 종가 기준으로 산정됐다. 매매는 이날 장이 열리기 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진행됐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이날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한 것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리스크의 사전 해소 차원이다.
금산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보유 계열사 지분이 10%를 초과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거나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0조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3조 원 규모 자사주는 17일까지 매입 뒤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율에 영향을 준다. 두 보험사가 같은 물량의 주식을 들고 있더라도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지분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51%, 삼성화재는 1.49%로 모두 합쳐 10.00%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기존 보유 주식 수를 유지했다면 삼성전자가 3조 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할 때 두 보험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모두 합쳐 10.08% 수준으로 추산됐다. 금산법 기준인 10%를 초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분 처분으로 삼성전자가 3조 원 규모로 자사주 소각을 진행해도 두 보험사의 지분율은 10.0%를 유지하게 됐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업계 최고 수준 순이익을 냈을 뿐 아니라 이번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도 발생하며 올해 주주환원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잠정 집계된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이 2조2600억 원대. 삼성화재는 이날 2024년 연결기준 순이익 2조736억 원대라고 발표했다.
각각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에서 순이익 기준 1위 자리를 굳힌 것이다.
또 시장에서는 삼성금융네트웍스가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주주환원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두 보험사가 배당 확대 기조를 명확히 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삼성금융네트웍스는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등을 모두 합치면 지난해 순이익으로 5조 원 규모를 달성했다.
순이익으로 치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금융) 가운데 가장 순이익이 높은 KB금융(5조782억 원)과 유사한 규모지만 금융지주사와 비교했을 때 주주환원책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삼성화재가 1월31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이 삼성금융 계열사 가운데 최초로 발표한 것이었다.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번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기존보다 배당가능이익이 각각 0.7%, 0.5% 수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올투자증권> |
두 보험사가 삼성전자 주식 매각 금액을 올해 배당재원에 활용할지는 아직 명확히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 주식 처분 금액을 배당에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보다 삼성생명은 0.7%, 삼성화재는 0.5% 배당가능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날 열린 삼성화재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도 배당재원 관련 긍정적 답변이 나왔다.
구영민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익을 배당재원에 포함하느냐는 질문에 “삼성전자 주식 매각액은 단기 손익에는 반영되지 않고 이익 잉여금에 포함되는 항목이다”며 “다만 과거 사례를 감안해 배당 재원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고 답했다.
삼성생명은 20일 예정된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해 실적발표와 함께 밸류업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