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2-13 16: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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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3일 국회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델리민주>
[비즈니스포스트] 조기 대선이 예측되는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 대선주자들이 나서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점화되려 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통합 행보’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대표 지지층들이 이러한 통합 행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다 비명계 인사들이 이 대표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방안을 요구하고 있어 이 대표의 통합 행보가 성공적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표는 13일 오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당내 비명계 인사들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2월 안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김 전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지금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민주당이 더 크고 더 넓은 길을 가야할 것 같다”며 “저는 헌정수호 세력, 내란극복을 위해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범위에서 최대한 힘을 모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는데 김 지사님과 함께 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이 대표의 말을 들은 뒤 ‘통 큰 통합’을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잡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이 우리가 풀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이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더 넓고 강력한 민주주의 연대를 만들어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더 다양해져야한다”며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는 배제의 논리는 반드시 극복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비명계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는 것을 두고 압도적 대선주자로서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품으려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에는 위기가 오면 필요한 시점에 본인보다 공동체와 당을 위해 희생하는 통합과 연대라는 정신이 있다”며 “민주진영과 민주당을 사랑해주시는 국민께 안정감을 드리고 희망을 드리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통합 행보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당장 김 전 지사가 이 대표와의 만남을 하루 앞두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까지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전날인 12일 JTBC 오대영라이브에서 이 대표가 이 전 총리를 품어야된다고 보냐는 질문에 “지금 대선 승리를 위해서 뜻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해당이 돼야한다”며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그런 길이라면 어떤 사람들과도 손을 잡아야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의 '이낙연 품기' 요구로 이 대표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듯하다. 당장 이 전 총리는 10일 시국토론회에서 “윤석열·이재명 정치의 동반청산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를 윤 대통령과 등치시키는 이 전 총리를 끌어안을 순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12일 CPBC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통합을 해야 된다는 원론에 문제의식을 갖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윤석열-이재명 이렇게 같이 빼야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우가 다르지 않나”고 말했다.
민주당 전남도당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이낙연씨는 호남 민주세력 분열·책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우리 국민은 이낙연씨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피해에 대해 온갖 날조까지 해가며 누구보다 더욱 가혹하게 공격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더구나 이 대표와 비명계 대선주자들의 일회성 만남으로 비명계 인사들이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을 멈출 가능성은 낮다. 비명계 인사들은 ‘구체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비명계로 평가되는 양기대 전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명계 인사들의 모임인 '희망과 대안'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희망과 대안은 비명계 대선 주자부터 원외 인사까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상임공동대표를 맡는다.
양 전 의원은 “민주당이 하나가 돼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기득권을 어느 시점에서 내놓고 누구든 수긍할 수 있게 대선 경선을 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받으려면 누가 봐도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선후보가 결정되고 공정한 룰에 의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한다”며 “민주당의 김동연,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부겸 등 다 같이 정권교체의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가 향후 대선 국면에서 온전히 이 대표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민주당 주류에서 밀려난 친문·비명계 세력에게 정치적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친명계 원외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비명·친문계는 당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흐름을 읽는 노력을 통해 실력을 갖춘 뒤 정치적 공간을 요구해야 한다”며 “그런 노력 없이 이 대표에게 통합을 명분으로 정치적 역할과 공간만 요구하는 방식의 행보는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