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12-30 15:36:30
확대축소
공유하기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은 G마켓을 살리기 위해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손잡기로 했고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면세점 매출을 1조 원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계열분리 이후 독자생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회장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손잡는다. 정유경 회장은 면세점에서 내는 연간 매출을 6년 안에 1조 원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신세계그룹이 이미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두 남매의 결정은 의미가 크다. 향후 독자노선을 걷게 될 이마트 부문과 신세계 부문이 각자 먹거리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재계에서는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의 최근 결정을 놓고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 이후 다른 길을 걷게 될 이마트 부문과 신세계 부문의 미래를 위해 미리 먹거리를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세계는 27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인 ‘밸류업’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1조8692억 원이었던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 운영사) 매출을 2027년 2조4천억 원, 2030년에는 3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6.8%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최근 면세업계가 어려운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목표다.
실제로 신세계디에프 매출은 2022년 3조3668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4.5%가 줄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유경 회장이 목표로 하고 있는 성장률 6.8%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신세계가 신세계디에프의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은 것은 정유경 회장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정유경 회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명희 총괄회장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신세계그룹은 수년 안에 이마트 부문과 신세계 부문으로 계열분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전에 신세계 부문의 덩치를 충분히 키워놓아야 자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시장 안팎에 각인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회장에게 회장 직함을 달아주면서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상황인 만큼 정유경 회장으로서는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전체 매출 가운데 3분의2 정도를 이마트 부문에서 내고 있다. 이마트 부문과 신세계 부문으로 계열분리가 진행되면 신세계 부문의 재계 순위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정용진 회장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협업해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 SSG닷컴과 G마켓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사실상 실패한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계기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겠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알리익스프레스가 1% 정도, G마켓이 8%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합산만으로는 G마켓 점유율이 1%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판매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로 해외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 판매자들은 이미 쿠팡을 통해 대만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9월 글로벌 판매 프로그램을 이미 선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뚜렷한 전략 방향성이 없었던 G마켓이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합작법인을 통한 시너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이마트가 발표한 합작법인 사업 전략만으로는 온라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용진 회장 몫으로 분류되는 이마트 부문이 사실상 성장률이 둔화한 대형마트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이커머스 시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전략이 적절한지를 놓고 시장에서도 의구심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