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2023-11-23 14: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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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의 잠 못이루는 밤.’ 코로나 팬데믹과 궤를 같이한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된 ‘자산 버블’에 뒤늦게 탑승한 2030세대의 현재다. 주식,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재테크에서 MZ세대들은 사실상 낙오했다. 청년을 겨냥한 정책금융도 용두사미가 되는 모양새다. ‘5포세대, 망포세대’라는 자조적 푸념마저 나온다. 하지만 자본시장 참여자로서 본능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산증식 유전자를 잉태시키고 있다. IT(정보기술)에 익숙한 MZ세대들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작지만 새로운 투자스타일을 빠르게 정착시키고 있다. MZ세대의 돈 불리는 습관을 연재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디지털로 투자스타일 상전벽해, 기존 틀 깨며 새 시장 키운다 ② STO는 현재, '증권성' 인정에 미술품 부동산 한우 '조각투자' 후끈
③ ‘나이키 덕후가 재테크 왕으로’ MZ 열광하는 리셀테크, ‘당근’도 투자다
④ 전통 금융사도 MZ 모시기 전쟁, 이색 마케팅 늘린다
⑤ 금융사 혜택 따라 움직이는 MZ, 뭐가 더 이득일까 꼼꼼히 따진다
⑥ MZ세대는 어떤 MTS를 즐겨 쓸까, 차별화 포인트는 편의성 직관성
⑦ [체험기] 앱테크 5개 일주일 돌려봤다,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K팝 음원과 미술품, 한우의 일부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들이 MZ세대의 열띤 호응 속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자산에 소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가 금융당국이 증권성을 인정하고 체계 정비에 나서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 작은 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가 MZ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직카우>
MZ세대 아이돌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음원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국내 조각투자 음원 거래소 뮤직카우를 통해서다.
뮤직카우는 창작자로부터 음악저작권의 일부를 양도받아 조각투자로 공모한다. 조각투자 지분율에 따라 발생한 저작권료 수익을 달마다 배당으로 지급한다. 음원 판매 마켓과 함께 경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쉽다.
팬들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음악이 차트 역주행한다면 응원 아티스트가 잘 돼서 나오는 기쁨과 함께 높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뮤직카우에 따르면 2020년 차트 역주행으로 인기를 끌었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2만 원대였던 저작권 수익이 1년 만에 130만 원대로 상승하기도 했다.
롤린은 약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 29만 원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1조각 당 4만 원대의 저작권료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뮤직카우는 앞서 17일 SM엔터테인먼트의 남성 아이돌그룹인 NCT드림의 곡 ‘ANL’에 관한 음악수익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 사이 인기가 높은 남성 아이돌인 NCT드림의 곡이 조각투자 대상으로 나오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여겨진다.
부동산 조각투자도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올해 8월 카사가 진행한 서울 압구정동 중소형빌딩에 대한 167억 원 규모 조각투자 상품은 사흘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이전에 없던 대상이 조각투자를 통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사례로는 한우가 꼽힌다.
뱅카우는 송아지에 지분을 투자하는 한우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뱅카우 관계자는 “소는 다른 투자 자산과 비교해 가격변동폭이 낮고 국내 소고기 소비량과 경매 가격이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플랫폼에 등록된 송아지를 펀딩 대상으로 결정해 조각 투자에 나서게 된다.
펀딩 금액은 농가로 전달되며 24~30개월의 사육 과정을 거친 소들은 도축 경매에서 판매된다. 이 금액을 투자자들이 농가와 함께 분배받는다.
뱅카우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투자 성과는 2023년 3월 기준 1.81%의 손실을 낼 때도 있지만 최대 13.99%의 수익을 얻기도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앞서 소개한 조각투자 회사인 뮤직카우, 뱅카우, 카사 등에서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의 연령대 비중이 20~30대가 최대 80%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40~50대 중장년층에서도 이용자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0~30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출생 세대를 말하는 MZ세대에 대체로 해당하는 연령대다.
국내 조각투자 시장은 2017년 처음으로 알려진 뒤 투자플랫폼이 늘어나며 2020년부터 확대됐다.
▲ 조각투자 회사 뱅카우를 통해 소에 조각투자를 한 뒤 경매를 통해 투자금을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각투자,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전자증권 발행 회사 수는 2019년 말 516곳에서 2020년 말 852곳으로 늘었다. 2022년 말 기준으로는 870곳에 달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조각투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큰 가치를 가진 상품을 작게 조각내 거래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각투자를 통해 아직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분야인 미술품 시장과 너무 규모가 커 그동안 쉽게 달려들 수 없었던 부동산 시장도 MZ세대에게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MZ세대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했거나 진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세대로 축적한 재산 규모가 크지 않다는 특징을 나타낸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MZ세대는 수익성과 안전성, 미래전망 등을 투자 우선 고려 순위로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은 재산으로 투자해야 해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조각투자가 MZ세대의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던 부동산, 미술품 등에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고 플랫폼을 통한 진품 검증도 제공해 안정성도 높은 편에 속한다.
토큰증권(ST)을 통한 조각투자가 2024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30년까지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367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MZ세대에게는 투자를 특별한 일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단어인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생업의 일치)’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식재료인 한우, 미술품, 자동차 등이 투자 대상으로 나타나며 좋아하는 일과 투자 생활을 일치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