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SMIC를 더 집중적으로 겨냥한 수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화웨이와 SMIC를 더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대중국 규제가 이러한 특정 기업을 더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수 있다.
1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소속 의원 10명은 상무부에 대중국 반도체 규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는 내용의 단체성명을 전했다.
이들은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보안국이 중국에 효과적으로 수출 규제를 적용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화웨이가 최근 선보인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에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SMIC의 7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로 생산한 모바일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상무부는 수 년 전부터 화웨이와 SMIC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고 5G 통신반도체 및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 하도록 압박해 왔다.
그러나 화웨이가 미국의 규제를 극복하고 이러한 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상용화해 탑재할 수 있음을 보란 듯이 과시하면서 반도체 업계와 미국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화웨이와 SMIC는 중국 공산당의 군사력 강화를 돕는 기업”이라며 “상무부는 의회의 지속되는 경고에도 결국 규제에 빈틈을 허용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화웨이가 메이트60프로를 정식 공개한 날짜는 8월29일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날에 맞춰 7나노 반도체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산업 규제를 극복하는 중국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연히 미국 정치권에서는 화웨이 및 중국 정부의 ‘도발’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공화당 의원들의 단체 성명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정부의 추가적 규제 조치를 압박하게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허점을 안고 있다는 정치인들의 지적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며 “이번에 나온 성명은 구체적인 대응 방법도 언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SMIC와 화웨이의 7나노 모바일 반도체 상용화가 중국의 기술적 자립 능력을 보여준다고 강조하며 이를 뚜렷한 성과로 앞세우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SMIC가 규제 대상인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우회적으로 사들여 7나노 파운드리 생산라인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 성명을 통해 제안한 상무부의 대응 방법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은 상무부가 대중국 수출규제를 전담하는 기구를 통해 SMIC와 화웨이를 향한 조치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들의 계열사도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IC가 14나노 이하 미세공정뿐 아니라 구형 공정 반도체와 관련한 기술 라이선스도 확보할 수 없도록 하고 화웨이와 SMIC에 제공되는 모든 라이선스를 회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화웨이와 SMIC 임원에 범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중국과 미국 사이 관계가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다방면으로 압박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 화웨이의 자체 설계 시스템반도체 참고용 이미지. <화웨이> |
대중국 반도체 규제와 관련한 미국 정치권의 여론을 주도할 잠재력이 있는 이번 성명은 이처럼 화웨이와 SMIC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전반적으로 압박하기보다 해당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의 규제가 이러한 방향성을 띠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추가 규제로 받게 될 여파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 상무부는 중국에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제한하고 동맹국을 규제에 동참하도록 하는 등 다소 폭넓은 관점의 규제에 집중해 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조치에 따라 중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벌이기 어려워지고 중국 기업과 거래에 압박을 받는 등 다소 불안한 처지에 놓이고 있었다.
그러나 상무부의 이러한 규제 방향이 화웨이와 SMIC를 상대로 한 규제에 허점을 드러낸 만큼 앞으로는 중국 반도체기업을 더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조치에 힘이 실리게 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추가 규제 도입 가능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국 반도체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었지만 이러한 우려는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블룸버그는 “공화당 의원들은 화웨이 스마트폰을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강력한 근거로 앞세우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 역시 대중국 규제에 변화를 검토하고 있던 시점이라고 전했다.
다만 화웨이 스마트폰에 우회 경로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가 탑재된 것으로 나타난 만큼 미국 정부의 규제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된다. 김용원 기자
▲ . 중국 SMIC 반도체공장 외부 이미지. < SMIC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