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모바일칩(AP) 신제품 출시를 포기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과 달리 갤럭시S23에 탑재할 ‘엑시노스2300(가칭)’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엑시노스2300을 통해 뒤처졌던 AP 성능을 끌어올려 시스템반도체사업의 도약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해외 IT전문매체 샘모바일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개의 새로운 AP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개 AP의 코드명은 각각 S5E9935, S5E8535로 하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하나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들어갈 제품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출시된 엑시노스2200의 코드명이 S5E9925였던 것을 고려하면 S5E9935는 엑시노스2300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2023~2024년 갤럭시S23과 갤럭시S24를 위한 엑시노스를 개발하지 않는 대신 2025년 갤럭시 전용칩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업계 내 풍문과는 상반된다.
일반적으로 AP는 2년 이상의 개발 단계를 거치는 만큼 엑시노스2300은 이미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엑시노스2300이 2023년에는 출시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외 유명 팁스터(정부유출자) 앤써니도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생산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고급, 중저가 AP 제품군을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갤럭시 스마트폰이 엑시노스로 구동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엑시노스2300과 관련해 “아직 제품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할 내용이 현재로선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엑시노스2300은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에게 취임 뒤 사실상 첫 성과가 될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2021년 12월 이뤄진 정기 사장단인사에서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으로 승진한 만큼 올해 출시된 엑시노스2200와 관련해선 직접적 책임이 없다.
엑시노스2200은 AMD과 첫 협업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출시 전까지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경쟁사인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보다 성능이 부족하고 AMD가 설계를 당당했던 GPU(그래픽반도체) 성능도 전작보다 17% 향상되는 데 그치며 소비자들로부터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율(완전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확보에도 실패해 예년과 달리 국내와 인도에서 판매되는 갤럭시22 시리즈에도 엑시노스가 빠지고 대신 스냅드래곤이 탑재됐다.
이와 같은 결과에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엑시노스2300에서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P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MX사업부의 협력을 강화해 갤럭시에 최적화된 AP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범용성이 높은 AP로 최적화에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LSI사업부와 MX사업부가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시노스2300은 올해 상반기에 상용화되는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으로 제작될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은 기존5나노 공정보다 칩 면적은 35% 작고 소비 전력은 50% 줄어든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 훨씬 적은 발열을 내면서도 더 뛰어난 성능을 내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3나노 공정 안정화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다면 엑시노스2200과 같은 4나노(4LPE) 공정이 활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최근 4나노 공정 수율을 초기보다 대폭 끌어올려 엑시노스2200을 만들 때 발생했던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AP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결국 반도체 설계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P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설계 역량을 단기간에 키우는 데 인수합병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에 공개적인 관심을 보이며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만 17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최근 새로운 투자계획도 발표해 시스템반도체 투자 규모는 총 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팁스터 앤써니는 트위터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회사 인수는 갤럭시를 위한 AP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