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회장이 ‘사면초가’에 빠진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쇄신을 위해 인사 개편의 칼을 뽑아들 것으로 보인다.

기술 우위를 지키는 데 실패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단뿐만 아니라, 사업부를 지원하던 조직 일부 경영진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 등 부회장단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4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삼성전자 사장단 정기 인사가 예년보다 앞당겨진 11월 중순에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서둘러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바뀐 임원과 조직을 중심으로 2025년 사업 계획을 세울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삼성 안팎의 분석이다.

지난해 삼성 사장단 인사는 11월27일 발표했는데,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혀 예상보다 작은 규모로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십 수 년 동안 최대 규모의 인사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DS부문은 큰 폭의 사장단 교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조 원대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경쟁 우위를 잃으면서,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힘을 받고 있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10월8일 이례적으로 실적 부진에 사과문을 발표하며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뿐만 아니라,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도 모두 이번 인사에서 재신임을 받게 된다.

DX부문 사장단도 안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TV, 가전에서도 경쟁사들에게 시장 주도권을 내주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노태문 MX사업부장은 2025년 3월 임기가 만료되며,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은 임기 3년차를 앞두고 있다.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은 지난해 말 승진한 만큼 기회를 더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 조직 사장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이한 원인에는 각 사업부 경쟁력 약화뿐 아니라 지원조직의 비효율적 시스템과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은 2025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부회장단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전영현 부회장이 올해 5월 DS부문장으로 취임한 것과 달리, 한종희 DX부분장과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은 모두 2021년 12월 그룹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3년 가량 부회장 직무를 수행해왔다. 

특히 정현호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지만, 최근 그룹 내외부에서 그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SDS, 삼성SDI, 삼성전기 등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전자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계열사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경영실적이 가장 좋았던 곳은 삼성디스플레이로,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은 재신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신상필벌’을 통한 조직 쇄신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연말 인사의 칼바람이 사장단을 넘어 임직원들에까지 확산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력 구조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장단, 임원 인사가 발표된 뒤 조직 개편이 진행되는데, 일부 사업부는 인력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해외 사업장에서 진행된 인력 감축이 국내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