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 약화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타격으로 기존의 성공 전략을 재현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다양한 기기에서 구동되는 '애플 인텔리전스'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팀 쿡 CEO 체제 아래 스마트폰 시장 초기부터 장기간 누려 온 ‘전성기’가 막을 내릴 위기에 놓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전략 실패가 동시에 악재로 떠오르며 애플의 기존의 성공 전략을 재현하는 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3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은 트럼프 정부의 중국산 수입품 고율 관세에 대응해 인도에서 수급을 늘리는 등 단기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꾸준히 높이며 ‘무역 전쟁’을 한층 격화시키고 있다. 11일 기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중국 관세는 145%에 이른다.
애플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과 같은 제품 공급망을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주요 기업들 가운데 이번 정책에 가장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팀 쿡 CEO는 애플의 가파른 성장 및 주가 상승세를 보인 전성기를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부품 및 제조 공급망을 효율화하는 데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애플은 투자 비용 및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 주요 협력사의 공장이 밀집하도록 하고 이를 중심으로 부품 수급과 물류 등 체계를 갖춰냈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주요 사업에서 비용을 통제하고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비결이 됐다. 공급망 전문가인 팀 쿡 CEO의 역량이 온전히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에 애플이 대응 방법을 찾기 어려운 원인으로 돌아왔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적용하는 수입 관세율을 거의 다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적극적 협상 의지를 내비친 만큼 애플이 실제로 장기간 145%의 관세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애플이 앞으로도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한 많은 국가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할 필요성은 매우 높아졌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는 애플과 같은 기업이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도록 압박하려는 목적도 두고 있다. 결국 인건비와 투자비가 높은 미국에 생산설비 투자도 피하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계기로 공급망 관리를 통한 과거의 성공 전략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러한 외부 요인과 별개로 애플이 인공지능(AI) 시장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도 당분간 성장세를 되찾는 데 고전할 수 있다는 근거로 꼽히고 있다.
애플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메타 등 다른 빅테크 기업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 ‘열풍’에도 홀로 소극적 투자 기조를 유지해 왔다.
새로운 기술을 앞서 개발하기보다 시장에서 충분히 수요를 확인한 뒤 뛰어들어 최소한의 투자로 결실을 거뒀던 과거의 방식을 인공지능 분야에도 재현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안착하고 기술 개발 경쟁에 따른 격차도 매우 뚜렷해지면서 애플은 경쟁 기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뒤처지게 됐다.
IT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은 챗GPT 등장 이후에도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을 하지 못했다”며 “결국 현재는 기술력이 크게 밀렸다”고 전했다.
애플이 아이폰과 맥북 등 제품을 잇따라 성공시킨 이유는 자체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으로 사용자 편의성과 연동성, 충성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이러한 생태계 경쟁력 확보에도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소비자가 여러 전자기기 및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우선 인공지능 서비스를 거치는 사례가 많아졌다.
애플도 이를 고려해 자체 서비스 ‘시리’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적용하려 했으나 최근 이러한 계획을 기약 없이 연기했다. 상용화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애플은 생태계 경쟁력을 잃으며 삼성전자와 구글 등 해당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기업에 시장 지배력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아이폰뿐 아니라 맥북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애플 생태계에 포함된 모든 제품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 사업 전략에 뼈아픈 실책을 체감하게 되는 셈이다.
애플이 직면한 트럼프 정부 관세 불확실성과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 저하는 이처럼 팀 쿡 시대의 성공 전략을 앞으로는 재현하기 어렵도록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07년 첫 아이폰을 출시한 이래 스마트폰 시장을 장기간 지배해 온 애플의 전성기도 이제는 막을 내리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시된다.
다만 애플이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수입관세를 면제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절충안을 찾는다면 중국 관세율 인상에 따른 타격을 만회할 길은 열려 있다.
인공지능 기술 역시 애플의 막대한 현금으로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삼성전자와 구글의 사례처럼 다른 IT기업과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강화한다면 단기간에 해법을 찾을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이러한 대응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애플을 바라보는 시장의 비관론은 꾸준히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5월1일 개최하는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정부 정책에 대응 방향과 인공지능 사업 전략 등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답변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