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운영하는 전기차 전용공장(HMGMA)에 수소트럭 엑시언트가 물류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이 신형 수소전기차(FCEV) 출시 및 수소트럭 고객사 확보를 계기로 수소차 사업에 반등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세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조에 맞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자동차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트럼프 정부 정책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외신을 종합하면 현대차가 신형 수소 승용차 ‘디 올 뉴 넥쏘’ 출시와 수소 트럭 ‘엑시언트’ 고객사 확보 등을 통해 수소 모빌리티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보조금 축소와 같은 미국 정책이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폭스뉴스의 9일자 보도를 보면 현대차는 미국 물류업체 베노레 로지스틱스에 수소트럭 엑시언트 14대를 신규 공급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운영하는 전기차 전용공장(HMGMA)에 지난해 12월4일 엑시언트 21대를 배치해 친환경 물류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번 베노레 로지스틱스 대상 수소트럭 공급은 외부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HMGMA와 별개로 운행하는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현대차는 올해 4월3일 서울모빌리티쇼를 통해 수소 승용차인 넥쏘 2세대 모델를 최초로 공개했다. 올 2분기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현대차는 배기가스 대신 물과 수증기만 배출하는 수소차를 차세대 친환경 모빌리티 가운데 하나로 낙점했는데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3월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수소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어 현대차는 4월9일 울산시와 수소연료전지 공장 신설안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그러나 현대차 수소 사업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 충전 인프라 구축 및 기술 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연료 비용도 만만치 않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소연료 가격은 갤런당 16.51달러로 4.62달러인 경유에 비해 4배 가까이 비싸다.
현대차가 기대한 만큼의 판매 실적을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넥쏘 1세대 판매 규모는 2022년 국내에서 1만 대를 돌파한 이후 매년 절반씩 감소했다. 미국 판매는 지난해 100여 대 정도에 그쳤다.
엑시언트 또한 자회사 등 극소수에만 공급해 왔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투자를 지속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새 고객사를 물색해 왔다.
▲ 현대차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신형 수소전기차(FCEV) '디올뉴넥쏘'를 전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및 보조금 정책은 현대차에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
트럼프 정부가 화석연료를 중시해 수소 산업에 보조금을 축소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5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 에너지부가 수소 관련 프로그램을 포함한 90억 달러 규모 예산을 삭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다른 친환경차인 전기차 보급 비율이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보다 높지 않다.
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미국 내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율은 7.5%로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수소차가 비집고 들어갈 잠재력이 충분한데 정부 정책이 변수라는 이야기다.
현대차 엑시언트가 투입된 캘리포니아주 또한 수소 인프라 관련 보조금 삭감 위기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폴리티코는 3월26일 따로 입수한 미국 에너지부 문서를 바탕으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4개 주 수소 허브 프로젝트에 이미 결정됐던 연방기금 지급 중단 작업이 추진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프로젝트로 지원받는 기업에는 수소 충전소 설치 업체 퍼스트엘리먼트 퓨얼(FEF)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FEF는 현대차 협력사이기도 하다.
미국 수소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정책 자금이 투입돼 충전 및 유지보수 설비가 확장돼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이 늦어질 수 있다.
더구나 현대차가 엑시언트를 전북 전주 공장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다 보니 자동차에 붙는 25% 관세 및 한국에 책정된 10% 상호관세 여파도 불가피하다.
요컨대 현대차가 미국 수소차 시장 공략에 성과를 내려면 트럼프 정부 정책에 맞춰 사업 방향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4월3일 열린 서울모빌리티 현장에서 “수소 기술은 지속가능하고 환경에 도움이 되기에 미래 세대에 좋다”며 “미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