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은 기자 parkde@businesspost.co.kr2025-04-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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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화가 최근 100엔 당 1천 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2022년부터 지속된 엔저가 끝나고 엔고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노선 운항을 확대해온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올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엔화가 최근 1천 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2022년부터 장기간 지속된 엔저(엔화가치 하락) 흐름 대신 엔고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노선 운항을 확대해온 저비용항공사(LCC)는 올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항공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엔화가 100엔당 1천 원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일본 여행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일본 여행을 위한 경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LCC는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만큼 엔화 가치 변동은 수익성과 직결된다. 최근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LCC가 기존 일본 노선으로부터 벌어들였던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 때문에 일본 노선 판매가 얼어붙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흐름이 2~3분기 이상 지속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가까운 해외 여행지라 LCC 수요의 핵심”이라며 “기단을 늘리고 공급을 확대한 상태에서 수요가 꺾이면 매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엔 환율은 올해 1월 100엔당 평균 927.97원에서 2월 평균 952.59원, 3월 평균 977.77원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4월 들어서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1천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몇 달 동안 점진적 변화라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과 미국 금리의 정점 신호가 겹치면서 엔화의 방향성이 바뀌었다”며 “국내 원화가 약세를 보이며 원/엔 환율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은 주요 수입원(캐시카우)인데 원/엔 환율이 100엔당 1천 원 수준에서 유지되면 수요 타격을 피할 수 없다”며 “(일본으로 향하는 승객의) 1인당 여행비용이 체감 상 십여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뛰는 셈이라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 엔화가 100엔당 1천 원 이상으로 유지될 경우 일본 여행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제주항공 항공기. <제주항공>
LCC는 최근 일본 소도시 신규 취항과 증편 등으로 일본 노선을 확대해왔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B737-8 기종을 도입했고, 올해 3월 하계 스케줄 개편 때 부산~나고야·후쿠오카 노선을 주 7회 증편했다. 에어서울은 올해 3월 인천~요나고 노선을 재개하는 등 일본 노선 재취항을 늘렸다.
에어부산도 올해 3월 부산~마쓰야마 노선 등 일본 노선을 확대했다. 에어로케이는 올해 3월 청주~오사카, 같은 달 청주~나고야, 5월 청주~후쿠오카 등 인기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지난 몇년 동안 이어진 엔저 흐름에 따라 일본 노선 이용객이 꾸준히 늘면서, LCC들은 일본 노선을 빠르게 늘렸다. 원/엔 환율은 지난 2년여 동안 100엔 당 월 평균 874.28~934.25원 선에서 움직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노선은 국내 LCC에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핵심 시장이었다. 특히 단거리 노선 특성상 회전율이 높고, 비교적 안정적 수요가 뒷받침돼 수익성 확보에 유리했다
2024년 기준 국내 LCC 매출 가운데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이었다. 대형 항공사(FSC)의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이 약 10% 수준임을 고려할 때 3배 가량 높은 셈이다.
지난해 일본 노선 이용객은 2514만 명으로 전체 국제선 탑승객 8892만 명의 28.2%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일본 노선 이용객 1938만 명에 비교해 29.7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원/엔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일본 노선 이용객 증가세가 올해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교원투어에 따르면 올해 5월 초 황금연휴(5월1일~6일) 출발 기준 일본여행 예약량은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예약 순위도 지난해 베트남 유럽에 이어 3위였으나, 올해는 5위로 내려 앉았다.
LCC들은 여행객 수요에 따라 일본 노선을 언제든지 다른 노선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수요에 따른 탄력적 노선 운영을 하고 있어 중국·동남아로 항공기 운영 스케줄을 바꿀 수 있다”며 “다만 일본은 국내 여행객이 단기로도 갈 수 있는 여행지라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아직까지는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