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04-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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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수년간 기업공개(IPO)를 준비해 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이 난항을 겪자 경영권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콘텐츠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높은 몸값에 대한 시장의 부담도 커지며 매각 작업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카카오엔터 매각작업이 순항할 수 있을까?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요 주주들에게 경영권 매각 가능성을 언급한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9일 공시를 통해 "그룹 기업가치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주주들과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도 불거진 매각설을 두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 교체와 지분 변동을 논의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가 최근 경영권 매각 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2019년부터 준비해온 IPO가 사실상 중단되자 방향을 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 논란에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당국 조사를 받으며 상장 절차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대주주 관련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IPO 재개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IPO를 전제로 투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 방안을 찾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분 12.4%를 보유한 앵커PE는 이미 작년 10월부터 5%가량 일부를 매물로 내놨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IPO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카카오의 경영권 매각 추진은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회수 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지분을 매도하면 다른 투자자들도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재무적투자자(FI) 들에게 동반매각청구권 의사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대만큼의 몸값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매각 작업 자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1월 앵커PE와 GIC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약 1조1500억 원을 투자하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11조 원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최근 콘텐츠 시장 침체와 실적 부담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준의 가치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2022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1조8648억 원, 영업손실은 138억 원을 기록했다. 비용통제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2024년 영업이익은 806억 원으로 수익성은 회복됐다. 다만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매출은 2년 전보다 2.8% 감소하는 등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은 꺾인 모습이다.
▲ 카카오는 최근 인공지능과 카카오톡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며 비주력 자회사 정리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업계 전반에 투자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축소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피너툰 서비스 종료, 리디웹툰 자회사 폐업 등 구조조정 사례도 이어지는 등 여러 콘텐츠 기업들이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더불어 대형 기업인 만큼 매각 방식도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얽힌 복잡한 지분 구조로 인해 통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으며, 일부에선 컨소시엄 구성이 아니고서는 인수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이번 소식이 곧 적극적인 매각 착수로 이어진다기보다는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엔터의 몸값이 적지 않아 소화 가능한 인수자가 많지 않다”며 “컨소시엄 구성이 아니면 현실적인 매각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김범수는 NHN 공동대표 시절 2002년부터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청사진을 내세우면서 콘텐츠 중심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구상해왔다.
이 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을 대표하는 핵심 계열사로 웹툰·웹소설·음악·드라마 등 게임을 제외한 콘텐츠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기업이다.
카카오는 비주력 자회사를 정리하고 인공지능(AI)·커머스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는데 이 같은 선택과 집중 기조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