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도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이 참여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따내기 위한 전장에서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힘을 보탠 ‘역대급 구성’의 컨소시엄이 꾸려졌다. 그동안의 인터넷은행 인가전에서는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에 투자한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출범한 인터넷은행 3곳, 케이·카카오·토스뱅크의 사례에서 인터넷은행의 효용이 여실히 확인된 만큼 시중은행들의 관심도가 한층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획득에 가장 유리한 지점을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는 소소뱅크, 포도뱅크, 한국소호은행, 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던졌다.
이 가운데 한국소호은행을 유력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 가운데 3곳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24년 5월에 일찍이 한국소호은행 참여를 알렸다.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인가신청서 접수를 앞둔 올해 3월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역대 인터넷은행 인가전에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복수의 은행이 참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출범한 인터넷은행 3곳의 컨소시엄 구성을 보면 케이뱅크에는 우리은행, 카카오뱅크에는 KB국민은행, 토스뱅크에는 하나은행이 함께했다.
하나의 컨소시엄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과 각각 손을 잡은 것이다.
이와 달리 제4인터넷은행 인가전에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3개 은행이 참여한 ‘메가 컨소시엄’이 꾸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 투자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인터넷은행이 실험적 투자처였다면 이제는 매력적 투자처가 된 셈이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2022년 카카오뱅크 지분 3.14%를 4250억 원에 매각했다. 2016년부터 투자한 투자금 2300억 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케이·카카오·토스뱅크는 2024년 나란히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두는 등 호실적을 내면서 투자 매력을 한 층 더 끌어올리고 있기도 하다.
호실적의 결과로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상당하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2024년 결산배당금으로 83억8339만 원을 수령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분법이익을 얻고 있다.
2024년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법이익으로 137억4700만 원을, 하나은행은 토스뱅크 지분법이익으로 37억4700만 원을 반영했다.
시중은행들은 단순한 재무적 이익을 넘어 인터넷전문은행과 협업으로 사업적 기회를 기대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우리·NH농협·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국소호은행은 ‘소상공인을 위한 1번째 은행’을 내걸고 있어 특히 소호(SOHO)대출 확대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소상공인을 위한 1번째 은행’을 목표로 한다. <한국신용데이터>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확대를 경계하는 당국의 기조 아래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시중은행들의 영업역량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이 소호대출 영업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공동대출 구조를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제4인터넷은행 보고서에서 “(한국소호은행과 출자 은행들의) 대표적 협업 모델로 인터넷은행과 전통 은행 사이 공동 대출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은 공동 대출 모델을 출시했다. 토스뱅크에서 대출 신청이 접수되면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심사를 진행해 금리와 한도를 설정한다. 두 은행은 분담 비율에 따라 대출을 실행하고 고객 응대 업무는 토스뱅크에서 맡는 구조다.
한국소호은행과 우리·NH농협·하나은행도 같은 사업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3곳의 제4인터넷은행 출사표에서도 ‘소상공인 금융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읽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KCD가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소상공인을 위한 곳인 만큼 소상공인 자생력을 키우고 금융생태계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은 올해 기업금융을 포함해 대한민국 소상공인까지 더 많은 분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 제공을 목표하고 있다”며 “새로운 인터넷은행에서 보다 혁신적 금융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국 소상공인에게 특화된 디지털 금융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지역 금융 활성화와 상생금융 실현에 동참하고자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했다”며 “소상공인에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