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4-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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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25가 무신사와 손잡고 패션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GS25가 무신사가 전용 라인업으로 구성한 ‘무신사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상품. < GS리테일 >
[비즈니스포스트] 편의점이 ‘먹고 마시는 곳’에서 ‘입고 바르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앞 다퉈 패션·뷰티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편의점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품부터 양말과 의류까지 판매 품목이 다양해지며 단순 소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침체된 내수시장 및 경쟁 심화 속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존 먹거리 중심의 한정된 소비를 넘어 뷰티와 패션 영역으로 확장함으로써 ‘편의점의 다음’을 준비하는 셈이다.
13일 편의점 업계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내수 부진 속 돌파구로 ‘비식품 제품군’ 확대가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패션과 뷰티 상품 라인업 강화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업계 전반의 수익성 정체가 자리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편의점 산업 특성상 점포수 확대를 통한 성장에는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이다. 국내 주요 3사 편의점의 점포수는 5만 개에 달하며 사실상 포화 상태에 직면했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기존 식품 중심의 수익 구조를 넘어 고부가가치 상품군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월 기준 편의점 3사의 점포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점포수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경쟁력 회복 여부를 고려하면 올해 편의점 채널의 시장점유율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편의점 ‘빅3’의 실적을 보면 업계 전반이 겪고 있는 수익성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지난해 매출 8조5921억 원, 영업이익 2304억 원을 기록했다. 점포수 확대로 매출은 2023년보다 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6% 줄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 8조6661억 원, 영업이익 1946억 원을 냈다. 매출은 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9%나 줄었다.
치열해진 경쟁으로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가 늘어난 점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쟁 대응에 따른 마케팅·프로모션 비용으로 수익성이 뒷걸음질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BGF리테일의 판관비는 2022년 1조1330억 원에서 2023년 1조2696억 원, 2024년 1조3740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GS리테일도 2022년 2조4494억 원, 2023년 2조5252억 원, 2024년 2조6250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이는 편의점 외 다양한 사업부를 포함한 수치다. 매년 점포수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편의점 사업부의 판관비도 함께 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븐일레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코리아세븐의 편의점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5조2975억 원, 영업손실 844억 원을 냈다. 매출은 2023년보다 6.4% 줄었고 적자 폭도 오히려 커졌다.
▲ 세븐일레븐이 패션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며 상품군 확대에 나섰다. 사진은 세븐일레븐이 선보이는 패션 자체 브랜드(PB)로 ‘세븐셀렉트 수피마 티셔츠’ 2종. <코리아세븐>
이에 편의점 업계는 점포수 확대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고 취급 품목 다변화를 통한 ‘내수 파이 확대’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실제 CU는 최근 기업설명(IR) 자료를 통해 2025년 비식품 카테고리를 본격적으로 리빌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패션과 뷰티부문은 편의점 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확장 가능한 카테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제품당 마진율이 높고 고객 유입 효과도 커 자연스럽게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편의점에서 옷을 고르고 화장품을 산다’는 색다른 소비 경험도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긍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편의점 업계의 이러한 비식품 카테고리 확대 전략은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GS25는 3천 원 이하의 소용량 뷰티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가성비 중심의 뷰티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아크네스, 듀이트리, 메디힐 등 인기 브랜드와의 협업을 확대하며 현재 취급 상품 수는 20개를 넘어섰다. 실제 1월 GS25의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제품을 도입해 일부 매장에서 티셔츠, 양말, 속옷 등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출시 직후 2주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 이상 늘었고 대학가나 관광지 매장에서는 120% 넘게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CU도 가성비 화장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세럼, 물광팩, 수분크림 등 기초 화장품 3종을 선보였고 누적 판매량 3만 개를 돌파하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색조 화장품까지 라인업을 넓히며 카테고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CU의 화장품 카테고리는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 증가율은 2022년 24.0%, 2023년 28.3%, 2024년 16.5%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라이프스타일 편의점’ 모델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동대문던던점을 패션·뷰티 특화 매장으로 리뉴얼했고 10월에는 차세대 가맹 모델인 ‘뉴웨이브오리진점’에서 패션 상품을 전면 배치해 시장 반응을 점검했다. 최근에는 자체 패션 PB인 ‘세븐콜렉트팀’을 론칭해 의류와 양말 등 다양한 패션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선보인 뉴웨이브오리진점은 일반 점포 대비 약 4배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패션 카테고리 매출 역시 2023년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기존 편의점에서 뷰티는 급하게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단발성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편의점을 하나의 뷰티 구매처로 인식하면서 기초화장품 뿐만 아니라 색조화장품까지 그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며 “소비자와 가까운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서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해 고객들의 쇼핑 만족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