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3-28 17: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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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2억 원 상당의 '미국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원화는 지난해 미국 달러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환율을 방어해야 할 최 부총리가 미국 달러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이윤을 보는 투자를 했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미국채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피터 스네이어스 유로클리어 CEO와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8일 입장문을 내어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사령탑이 정작 원화를 팔고 달러에 배팅했다는 사실에 참담할 따름”이라며 “최 부총리가 매입한 미국 국채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본인의 이익이 더 커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화 가치 하락은 ‘국민경제 위기’지만 최 부총리에게는 ‘자산증대의 기회’였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해 미국채 30년 물인 'T1.375 08/15/50'을 매수했다. 이는 연말 재산신고 시점 기준으로 1억9712만 원의 가치를 가진다. 최 부총리가 언제 미국채를 매입했는지,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용 의원은 최 부총리가 겉으로는 환율 방어에 최선을 다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이득만 추구했다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환율이 1400원 선을 넘보던 지난해 6월 정부는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한도를 대폭 늘렸다”며 “비상계엄 여파로 환율이 1500원대를 향해 가던 지난해 연말에는 은행의 외화선물환 포지션을 크게 증액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가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쏟아 부어 환율을 방어하고 있었고 이 정책의 중심에는 바로 기획재정부가 있었다”며 “그런데 정작 그 기획재정부를 이끌고 있었던 경제부총리, 최상목 본인은 원화를 팔고 달러자산인 미국국채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미국채를 매입하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정부의 환율방어 정책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대한민국 경제수장의 달러채 매입은 정부의 환율 방어 노력 자체에 대한 불신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제 그 누구도 정부의 환율방어 정책이 효과를 낼 것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고 여윳돈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달러 자산에 뛰어들어 추가적 환율 폭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이어 최 부총리를 향해 “이쯤되면 ‘매국노’라는 비판이 결코 과하지 않다”며 “돈이나 많이 버는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면 적어도 나라의 녹으로 먹고사는 공직은 내려놓는 것이 도리일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