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맞춰 인텔과 첨단 파운드리 기술 협력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인텔이 비교적 구형 반도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7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에서 TSMC와 협업 기회를 놓친다면 기술 난이도가 낮은 12~16나노 공정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첨단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협업이 무산된다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구형 공정에서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는 셈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8일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생명줄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대만 반도체 업계와 협력 강화가 중요한 열쇠”라고 보도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가 인텔과 긴밀히 협력해 반도체 생산 기술을 공유하고 자본도 투자하도록 하는 방향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TSMC가 거둘 실익이 부족하고 기술 유출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협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텔은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추격하려는 목표를 두고 있는데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어 자체 역량으로 이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
결국 인텔이 다른 대만 반도체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디어텍과 UMC 등 대만 업체들이 인텔과 12~16나노급 반도체 공정에서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디어텍은 인텔16 공정으로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다. UMC는 12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 제조에 인텔과 기술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인텔이 이들 기업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비교적 오래된 반도체 공정 기술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 고객사 수주를 확대하며 첨단 파운드리 부진을 일부 만회할 수 있다.
다만 인텔의 역량과 자금 여력이 현재 크게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곧 첨단 파운드리 기술에 투자를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인텔로서는 TSMC와 첨단 미세공정 기술에서 협력을 추진하는 일이 우선순위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디지타임스는 “인텔 파운드리의 운명은 미국 정부와 TSMC, 인텔 사이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현재 TSMC를 향해 인텔에 자본 투자 및 합작법인 설립, 파운드리 기술 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수입관세 부과 등 압박을 고려해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인텔이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TSMC의 이해관계 및 대만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이는 가능성이 크지 않은 선택지로 꼽힌다.
인텔이 첨단 파운드리 경쟁에서 사실상 이탈해 미디어텍과 UMC 등 ‘2군’으로 꼽히는 대만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게 될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며 “미디어텍 및 UMC와 협력은 활로를 찾는 데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