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각자 길을 걷기로 한 효성그룹 오너3세 형제들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가 엇갈렸다.
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이 경영하는 효성그룹은 세계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힘입어 효성중공업이 깜짝 실적을 달성하고, 재무적으로 코너에 몰린 효성화학의 급한 불을 끄는 등 기회를 잡으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HS효성그룹의 대들보인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코드 사업이 버텨주고는 있지만, 탄소섬유·아라미드 등의 섬유 사업 부진이 길어지고,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준비 등으로 힘든 홀로서기 과정을 겪고 있다.
▲ 지난해 7월 계열분리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오른쪽)이 2024년 엇갈린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각사> |
6일 두 그룹 각 지주사의 2024년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효성은 매출이 늘고 손익이 크게 개선됐지만, HS효성은 출범 이전과 비교해 영업이익률이 더 낮아졌다.
효성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2728억 원, 영업이익 2211억 원, 순이익 4843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매출은 23.0%, 영업이익은 283.2% 늘고 순손익은 흑자로 돌아서는 등 실적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분법평가 대상인 계열사 효성중공업이 전력시장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효성그룹 전체 실적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효성중공업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4조8950억 원, 영업이익 3625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13.8%, 영업이익은 40.6% 각각 늘어난 수치다.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말 전력기기 수주 잔고도 9조2천억 원으로 1년 사이 3조4천억 원이나 증가하면서, 호실적 사이클이 더 길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경남 창원과 미국 멤피스에서 진행 중인 변압기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면 실적과 수주확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연결 종속회사인 효성티앤에스, 에프엠케이, 효성굿스프링스 등을 비롯한 자회사들 합산 매출은 2조6060억 원으로 2023년보다 11.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60억 원으로 92% 가량 늘었다.
효성그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서도 진전을 보였다.
효성티앤씨는 재무위기에 빠진 효성화학을 지원하기 위해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를 9200억 원에 인수한 뒤, 자사의 특수가스 사업과 통합해 효성네오켐을 출범시켰다. 효성화학은 급한 불을 끄고, 효성티앤씨가 특수가스 제품군을 확대해 새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또 효성중공업은 수소 생산·충전·발전사업,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시공 등 신사업에서도 지난해 진척을 보였다.
효성그룹이 순항하는 동안 지난해 7월 독립경영을 시작한
조현상 HS효성 그룹 부회장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주사 HS효성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9104억 원, 영업이익 173억 원을 거뒀다. 회사가 지난해 7월1일 출범해 하반기 실적만 반영된 것이다.
2023년도 연간 실적 수치와 직접 비교할 순 없으나, 수익성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효성그룹의 계열분리 설명자료 따르면 ‘효성 신설지주(현 HS효성)’의 2023년 전체 영업이익률은 2.4%였는데, HS효성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9%로 소폭 낮아졌다.
지분법평가 대상이자 주력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 코드 사업에서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3112억 원, 영업이익 218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4%, 26.2% 증가했다.
다만 탄소섬유·아라미드 등 사업이 지난해 하반기에만 영업손실 272억 원을 내는 등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 효성그룹은 2024년 7월 조현준 효성 회장의 효성그룹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HS효성그룹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졌다. <효성그룹> |
HS효성그룹에 소속된 계열사는 HS효성첨단소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HS효성토요타, 광주일보, 효성홀딩스USA, 베트남 물류법인 등 6개사다. 따라서 유일한 상장사인 HS효성첨단소재가 그룹 경영성과를 좌우하는 구조다.
또 미국에서 효성그룹 계열사 제품의 트레이드 사업과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제조사업을 하는 HS효성홀딩스USA 실적 부진도 조 부회장의 고민거리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말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전환했다.
조 부회장은 HS효성첨단소재의 스틸 타이어코드 사업을 놓고 매각, 투자유치, 전략제휴 등 다양한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회사는 스틸 타이어코드, 나일론 타이어코드, 폴리에스테르 타이어 코드 등 3대 타이어 코드를 생산하는데, 이 중 하나를 매각해 부족한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