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취임 후 첫 '1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웃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은행과 비은행 계열의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은행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내면서 1년 전보다 순이익을 늘렸다.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 은행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이 줄면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을 위해 비은행 실적 회복을 이끌어야 하는 진 회장의 과제가 더욱 커졌다.
6일 신한금융은 연결기준으로 2024년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4조5175억 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2023년보다 3.4% 늘어난 것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분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그룹의 핵심 사업 부문인 은행을 중심으로 손익을 방어했다”며 “안정적 이익 체력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은행 계열사들이 역대급 순이익을 거두면서 그룹 실적을 끌어올렸다.
신한은행은 2024년 순이익으로 3조6954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순이익을 20.5% 늘리면서 신한은행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경쟁은행인 KB국민은행이 순이익 3조2518억 원, 하나은행이 3조3564억 원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리딩뱅크’ 자리도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제주은행은 1년 전과 비교해 순이익 성장률 104.2%를 기록하면서 역시 호실적을 냈다. 2024년 순이익으로는 104억 원을 거뒀다.
다만 신한금융의 2024년 성적표에서 비은행 계열사 성적은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합산 순이익은 2024년 1조2549억 원이다. 2023년과 비교해 24.1% 감소했다.
핵심계열사 가운데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 순이익이 각각 7.8%, 61.5% 줄었으며 신한자산신탁이 3086억 원 적자를 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실적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받는 온전한 1년 치 성적이다. 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했다.
그런 만큼 진 회장 관점에서는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들의 성적이 엇갈린 점이 아쉬울 수 있다.
특히 진 회장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25년에는 비은행 실적 회복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주주환원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만큼 자본 여력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2024년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3.03%로 기준점인 13%를 소폭 웃돈 가운데서도 5천억 원 규모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의하면서 주주환원 이행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을 13%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룹사별 위험가중자산 예산(RWA Budget) 초과분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신한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여러 부문에서 진 회장의 결정의 중요한 기준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가운데)이 2024년 9월2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임직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
신한금융은 2024년 12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추천 내역을 발표하면서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언급했다.
신한금융은 당시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연임 추천과 이희수 신한저축은행장을 제주은행장에 추천한 것을 두고 “역량을 입증한 자회사 CEO의 연임을 추천한다”며 “그룹 ‘기업가치 제고 계획’ 추진 동력을 강화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에 박창훈 사장을 신규 추천하면서는 “신한카드 CEO 교체는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추진력 강화와 조직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며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을 위해서는 신한카드의 성과 확대가 필수적이다”고 전했다.
진 회장은 지난해 9월 임직원 토크콘서트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이행 목표”라며 “신한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우리의 현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면서 다함께 ‘절박함’을 갖고 도전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2025년 비은행 계열사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천상영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산신탁·증권·캐피탈에서 2024년 손익이 감소한 대부분의 요인은 충당금이다”며 “지난해와 같은 거액의 손실요인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기저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