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5-02-04 10: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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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우리·KB국민·NH농협은행에서 취급된 부당대출 규모가 38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KB국민·NH농협은행 현장검사에서 확인된 부당대출 금액은 3875억 원, 건수는 482건으로 파악됐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대출 금액은 우리은행이 2334억 원(10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익척 관련 부당대출 금액은 730억 원이다. 기존에 알려진 규모는 350억 원이었으나 정기검사에서 380억 원이 추가 적발됐다.
730억 원 가운데 279억 원은 손 전 회장 시절에, 나머지 451억 원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2023년 3월 이후 취급됐다.
손 전 회장 때 취급된 부당대출의 연체율은 77.1%, 임 회장 취임 뒤 취급 대출의 연체율은 27.3%다.
금감원은 “앞서 적발된 350억 원 가운데 84.6%가 부실화된 점을 미뤄 볼 때 현 경영진 취임 뒤 취급되고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 원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서 나간 부당대출은 892억 원으로 파악됐다. 건수는 291건으로 세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영업점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에 조력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차주를 선별했다. 그리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을 유도하는 방식 등을 통해 부당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대차 계약서가 허위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음에도 추가적 확인절차 없이 시설자금 대출을 취급하거나 여신서류를 직접 위·변조해 가계대출을 부당 취급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의 부당대출 금액은 649억 원(90건)이다.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차주 명의로 승인 받는 등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대출에 대해서는 차주 등으로부터 1억3천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도 나타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임직원은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와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권 스스로의 철저한 조직문화 쇄신 의지와 감독당국의 체계적 감독방안이 필요하다”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세부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