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나채범 한화손해보험(한화손보) 대표이사가 2년 연속으로 호실적을 내며 연임에 청신호를 켰다.
나 대표는 취임한 뒤 ‘여성 전문 보험사’라는 핵심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여성의 생애 주기에 맞춘 보험을 선보였다.
▲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사진)가 지난해에도 ‘여성 특화 보험’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며 연임에 청신호를 켠 것으로 보인다. |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손해보험이 ‘여성 보험’ 전문이라는 새 이미지를 구축하고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3163억8천만 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8.7% 늘었다.
큰 폭으로 이익이 성장하며 21일로 예정된 실적발표회에 앞서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법인 15%)이상 변경’ 공시로 잠정 실적을 알린 것이다. 최종 집계 뒤 수치가 소폭 변동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는 2023년 나 대표가 취임한 뒤 한화손보 실적이 줄곧 우상향하고 보험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바라본다.
재무, 전략,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나 대표는 한화손보 대표에 오른 뒤 여성 소비자와 보험 상품에 주목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관리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손보는 첫 번째 여성 특화 보험인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2023년 7월 선보인 뒤 여성 전문 보험사로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보험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한화손보가 좋은 실적을 내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된다.
한화손보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출시 뒤 장기보험 신규 가입고객은 직전 1년보다 38.3% 늘어났다. 특히 이 기간에 여성고객 58.7%가 늘어 여성 신규고객 유입이 두드러졌다.
상품 출시 전 50% 미만이던 신규여성고객 비중도 출시 뒤 56% 이상으로 높아졌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손보가 여성 특화 보험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고 바라본다.
한화손보가 판매하는 여성보험은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수익성이 높은 장기 보장성 보험에 포함돼 실적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손해보험은 IFRS17 전환 뒤 여성보험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신계약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성보험은 가입자 연령대가 낮아 손해율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젊은 연령대는 높은 연령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다.
한화손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시그니처 여성보험’의 연령별 가입 비중은 △20대 이하 11.2% △30대 14.6% △40대 26.4% △50대 이상 47.7%로 일반보험 가입자 대부분(61.3%)이 50대 이상인 것과 차이가 있었다.
▲ 한화손해보험의 임신·출산 관련 보장이 ‘2024년 상생·협력 금융 신상품 우수사례’로 뽑힌 뒤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오른쪽)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
한화손보는 이렇게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여성보험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자 꾸준히 새로운 보장을 개발하고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배타적사용권은 일종의 보험업계 특허권으로 새로운 보장을 선보인 보험사가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판매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 보장 및 서비스 모두 26건 가운데 한화손보 신청 건수가 10건이었다. 신청 내용은 유방암 진단비, 제왕절개 수술 뒤 흉터 진단비 등 모두 여성 관련 보장과 서비스로 나타났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이 개발한 임신·출산 관련 특약 및 제도 3종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고 평가되며 2024년 금감원 상생·협력 금융 신상품 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나 대표는 1965년 태어나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화생명에 입사한 뒤 CPC전략실장, 경영기획팀 상무, 금융OPC팀장을 거쳐 기획관리팀 운영담당 임원, 경영혁신부문장 등을 역임하다 2023년 3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화생명에서 근무할 당시 보험영업, 전략기획,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담당하는 등 다양한 보험 업무를 경험한 만큼 보험업 전반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된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