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한 지난해 3분기 누적 북미 TV 시장의 제조사 국가별 출하량과 매출 비중. <카운터포인트리서치>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프리미엄 TV 제품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 TV 기업들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 기기와 멕시코 수입 비중이 높은 TV 등 가전기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디스플레이 관련 중국산 완제품의 80%가 관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에서 직접 수입하는 물량보다 멕시코를 통한 수입 비중이 높은 TV의 경우 25%의 멕시코 관세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TV 사업에서는 미국 수출 비중이 더 높은 한국이 멕시코 관세 부과 영향으로 중국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특히 북미 프리미엄 TV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 중국보다 관세 악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은 프리미엄 TV 위주로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출하량 기준 TV 점유율은 중국 28%, 한국 27%로 유사했지만, 매출 비중은 한국이 48%, 중국이 27%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고 고화질·대형 제품을 현지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 TCL, 하이센스 등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가 제품 판매 비중이 높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한국과 달리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1조3천억 위안(약 260조) 규모의 특별장기국채 조달 계획을 세웠다.
업체는 “실제 중국 정부가 판매 보조금을 지급하면 중국 TV와 스마트폰 등이 관세 인상에도 미국 현지에서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밑천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TV 제조사들은 우선 공급망 다변화 전략으로 초기 멕시코 관세 폭탄에 대응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에 생산 거점이 없는 중국 하이센스는 유럽 공장을, TCL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생산 거점을 활용해 미국 수출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업체들은 미국의 멕시코 관세 인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럽과 동남아 생산 물량을 늘려 미국에 공급하는 방안을 비롯해 미국 내 직접 생산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