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이 회장은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는 동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으로 ‘삼성전자 위기론’을 극복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2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각종 부정 거래와 회계 부정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시점을 임의로 선택했다는 검찰의 주장, 주식매수 청구기간 중에 시세조정·부정거래를 했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보고서가 조작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가 거짓 회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자료들의 증거능력도 1심과 같이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호인들의 명시적 이의 제기가 없었다고 절차가 적법한 건 아니며, 적극적 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지만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대법원 상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지만, 상고한다고 해도 법리해석의 적설성에 문제가 없다면 항소심이 대부분 확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 회장은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지속돼온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0월19일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이 회장은 이번 무죄 판결로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말 사내이사 임기를 마친 뒤 미등기 임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회사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위기극복과 책임경영을 위해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르면 올해 3월에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28일 공식적으로 삼성전자 회장에 올랐지만,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미래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 활동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6년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뒤에는 사실상 대형 인수합병이 전무한데, 이 기간 삼성전자는 신사업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기존에 1등이었던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도 경쟁력이 흔들리며 삼성전자 위기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인공지능(AI), 로봇, 메디테크(의료+기술), 공조뿐만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의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