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다. 이 총괄회장이 들고있는 이마트 지분을 모두 정용진 회장에게 넘기기로 하면서 정 회장이 본인만의 전략을 펼쳐보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가 '
정용진 시대'를 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조만간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로부터 이마트 보유 지분을 완전히 사들인다. 지분 측면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셈이다.
회장에 오른 지 1년도 안 돼 지분까지 확보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이마트의 변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용진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에게서 이마트 보유 주식 전량을 사들이기로 한 것은 정 회장이 신세계그룹에 입사한 뒤 30년 만에 사실상 지분을 완전히 승계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이 총괄회장이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을 마지막으로 넘긴 것은 2020년 9월이다. 당시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8.22%씩 증여했다.
이후 약 4년 반 만에 나머지 이마트 지분을
정용진 회장에게 넘기기로 하면서 사실상 지분 승계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지분 승계의 마무리는 경영체제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 총괄회장은 지난해 3월
정용진 회장을 18년 만에 승진시키면서도 본인은 ‘명예회장’이 아닌 ‘총괄회장’ 직책을 달았다. 아들을 회장으로 올리면서도 언제든 등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2월부터 한 달 동안
정용진 회장과 주식 거래를 마치면 이런 가능성도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일부 지분을 남겨 놓고 아들을 경영 시험대에 올려놓은 것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온전히 그룹 경영을 맡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용진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 지분을 정리하면서 사실상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 경영을 독자적으로 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적어도 이마트에서만큼은
정용진 회장의 색깔이 좀 더 빠르게 덧입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인사에
이명희 회장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정용진 회장의 직할체제 구축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 지분 전부를
정용진 회장에게 넘기는 대신 신세계 보유 지분 10%는 그대로 남겨두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정용진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이끌어왔다.
신세계 주식 양도는 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이 총괄회장이 신세계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괄회장이 언제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넘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이 총괄회장이 신세계에 집중하려는 의도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계열분리 전 신세계 몸집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전체 매출 가운데 3분의2 정도를 이마트 부문에서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유경 회장은 계열분리 후 신세계그룹에서 3분의1 정도 매출을 차지하는 계열사들을 가지고 재계순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는데 절대적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정용진 회장의 그룹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공산이 크다.
이 총괄회장은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과 결혼 후 한동안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1979년 신세계백화점 영업담당 이사로 경영일선에 나섰다. 1998년 신세계그룹 회장에 오르기 전까지 20년 가까이를 신세계백화점에서 일했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 재계순위에도 포함되지 못했지만 이 총괄회장은 6년 만에 신세계그룹을 재계순위 22위로 만들었다.
이 총괄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을 지금의 위치까지 키웠고 재계순위를 단기간에 끌어올린 경험까지 있는 만큼
정유경 회장과 함께 신세계 몸집을 키울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