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에서는 저출생 문제의 주요 해결책으로서 주4일제를 포함한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들이 쏟아졌다.
그동안 저출생문제의 원인으로 집값 같은 경제적 원인이 주로 지목되고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돈 만큼 '노동시간'에도 초점을 둬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최근 각 은행별 자녀 수 동향을 봤더니 10년 사이 평균 60~70% 가량 직원 직원 자녀 숫자가 급감했다"며 "이는 출산율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생은 국민의 삶의 양식을 바꿔줘야 해결될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주4일제가 우리 사회에 주는 역할이 어떤 것인지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임금수준이 높아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금융노동자의 노동시간이 늘면서 출산율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경제연구소가 2023년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전국금융산업 노동실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초과 근무자의 대다수는 업무량 과다(77.7%)와 인력 부족(55.3%)을 초과근무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최호걸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양육시간 부담의 완화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한 국내외 사례를 보면 남성의 가사노동과 육아 참여 등 긍정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30일 국회에서 열린 '주4일노동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보건의료업계에서는 현 보건의료산업의 노동환경이 결혼과 출산에 적대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병원의 노동환경에 켜진 경고등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20~30대 젊은이들을 희생시켜 하나의 산업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짚었다.
2023년 보건의료노조 정기 실태조사에서 국내 병원 간호사들의 근속년수를 보면 1~5년차 저숙련 간호사 비율이 35.7%에 이른다. 10년차 이하 간호사들은 전체의 6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간호사의 근속년수가 짧은 원인으로는 초과근무와 응급근무, 교대근무로 대표되는 보건의료업계의 혹독한 노동환경이 꼽힌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종합병원 19년차 교대근무 간호사의 유방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근속년수 25년 미만 노동자의 암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간호사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산재를 인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노동환경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결혼과 출산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보건의료노조 정기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2%가 비혼자였고 1인가구인 경우는 30.1%였다.
다만 주4일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방식을 놓고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영업일을 유지하되 격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주당 3일과 5일을 격주로 근무하는 방식, 5주에 한주씩을 쉬는 방식 등 다양한 유연근로 형태가 제시되고 있다.
최정식 국제사무직노조연합 한국협의회 사무총장은 "과도한 노동시간 문제는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그동안 여러가지 부작용과 폐해를 낳았지만 이제 저출생과 실업, 기후위기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이뤄낸 유럽처럼 한국도 치밀하고 합리적인 대화와 실험, 또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이를 해내는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우리도 주4일제를 시행할 때가 왔다고 생각된다"며 "법안은 준비가 됐는데 법 제정을 위해서는 인식 확대와 분위기 조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노동계는 8월 중 여론조사와 공청회, 재계와의 끝장토론 등을 개최하며 여론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9월중 주4일제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