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체리자동차가 대규모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및 가동을 앞두고 있다. 체리자동차 친환경차 기술 홍보용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5대 차량 제조사인 체리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연간 1GWh(기가와트시)에 이르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춰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완성되기도 전에 대규모 양산체계를 구축하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물량공세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자동차 전문지 카뉴스차이나에 따르면 체리자동차는 중국 안후이성에 연산 1GWh 전고체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약 1천 대 분량이다.
카뉴스차이나는 체리자동차가 이미 관련 생산장비 반입을 시작했으며 전고체 배터리 양산 규모를 최대 5GWh로 늘릴 수 있는 부지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산라인 가동은 앞으로 수 개월 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리자동차가 양산을 앞둔 1세대 전고체 배터리는 1kg당 280Wh(와트시)의 에너지 밀도를 갖추고 있다. 이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일반 전기차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
다만 내년 상용화될 2세대 제품은 1kg당 400Wh, 2027년 생산될 3세대 배터리는 500Wh로 일반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단계임에도 선제적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SDI와 토요타 등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선두로 평가받는 기업은 2027년부터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리튬배터리의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구성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등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일반 리튬배터리 시장을 대체하며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지만 아직 여러 기술적 난제가 남아 있어 본격적 상용화 및 양산이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체리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기업은 이미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 선두를 차지하고 있어 전고체 배터리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도 최근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을 시작하며 관련 연구개발 인력도 1천 명 안팎으로 크게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CATL이 시험 생산하는 전고체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500Wh 수준으로 체리자동차를 앞선다. 이른 시일에 대규모 생산이 시작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제적 투자로 물량공세를 벌여 글로벌 경쟁사의 성장을 방해하는 전략을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 선제적 투자 확대가 반드시 상용화 및 고객사 수주에 분명한 장점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