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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SK온 살리기' 위한 합병 묘수, 배터리 장기침체 땐 그룹 전체 타격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4-07-19 10: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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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온을 살리기 위해 '계열사 합병' 묘수가 과연 성공할 것인지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SK온에 알짜 계열사를 붙여 사업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을 확보한다는 게 최근 SK그룹 계열사 리밸런싱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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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적자가 쌓이고 있는 배터리 사업 지원을 위해 에너지 관련 계열사 합병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SK온의 실적 반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단기 수요 단절)이 2~3년 더 장기화하고, SK온의 누적 적자가 계속 이어질 경우, 자칫 이번 사업구조 재편이 SK그룹 에너지 사업에 상당한 타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9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SK이노베이션의 SK E&S의 합병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 예상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비율이 산정된 만큼, 전체 지분의 24%를 차지하는 SK이노 개인주주들의 합병 반대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우재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우려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이 합리적”이라며 “SK이노와 SK E&S 합병 후 지주사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 증가는 기존 예상치인 72%보다 낮은 55.9%”라고 말했다. 

SK이노와 SK E&S의 합병비율은 1:1.19인데, 기존 1:2 예상 비율에 비해 SK이노 주주들에게 유리하게 결정됐다는 게 증권가의 지배적 평가다. 이처럼 지주사 SK가 합병법인의 지분 증가율을 16%포인트 정도 낮춰가면서까지 두 회사의 합병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SK이노 자회사 SK온의 배터리 사업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최 회장 판단이 깔려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SK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SK이노의 지분 36.22%를 보유하고 있는데, 합병 성사를 위해선 2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에게 지지를 얻는 일이 중요해져 이같은 합볍비율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안건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8월27일 열릴 예정이며, 전체 지분 가운데 3분의1의 찬성을 얻어야 합병 안건이 통과된다. 증권가는 합병 안건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 SK이노의 기존 주주(특히, 소액주주) 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SK E&S보다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를 높게 반영해 합볍비율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이노와 SK E&S의 이번 합병은 실질적으로는 SK이노가 알짜회사 합병을 통해 자회사 SK온에 대한 재무적 지원여력을 마련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최태원 회장은 앞서 SK이노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성장동력 사업으로 낙점, 배터리 사업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했다. 올해 설비투자분이 7조5천억 원, 내년이 약 4조 원이다.  

문제는 그룹의 배터리 사업이 2021년 10월 SK이노에서 SK온으로 분사한 뒤에도 줄곧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SK이노에 재무적 부담을 높이는 ‘돈먹는 하마’가 됐다는 점이다. SK온은 회사 설립 이래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누적 적자가 2조6천억 원에 육박한다.  

SK이노는 2022년 12월 SK온이 2조8천억 원 유상증자를 할 때 2조 원을 출자했다.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SK온의 자체 현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이노가 앞으로도 SK온에 수 조 원의 자금을 지원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SK이노-E&S 합병 법인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 E&S는 LNG, 발전, 수소에너지 등 안정적으로 현금흐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2024년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2125억 원이며, 지난해만 1조3천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알짜 회사다.

두 회사 합병으로 SK이노의 법인세·감가상각·이자비용 적용전 영업이익(EBITDA)이 합병 전 3조9천 억 원에서 합병 후 5조8천억 원으로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합병법인은 2030년 EBITDA 20조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SK온이 경영 정상화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SK온이 지속해 적자를 기록하면 이같은 이익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SK이노-SK E&S 합병을 통해 SK온 지원 여력을 늘리는 것 외에도 SK온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트레이딩)과 SK엔텀을 붙여 3사 합병법인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야말로 전폭적 SK온 지원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인 셈이다. 

SK트레이딩은 원유와 석유제품 트레이드 사업을 하는데 2023년 연결기준 매출 48조9630억 원, 영업이익 5746억 원을 거둔 알짜 회사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2023년 중간배당으로 SK이노베이션 8천억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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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온은 생산능력을 증가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는데,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장가동률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배터리 장기 침체시 적자 경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미국 테네시주에 건립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 전경. <블루오벌SK>

SK엔텀은 원유화물 저장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SK트레이딩과의 수직계열화 차원에서 함께 합병됐다.

이같은 그룹의 에너지 관련 계열사 합병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선 SK온이 어떻게든 적자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 길로 들어서야 한다. 

SK온은 배터리 수율(정품비율)을 끌어올리고 소재 관련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비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비용을 낮추려면 공장 가동률 상승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SK온이 2023년 88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올해 132GWh로 늘리기로 한 계획을 감안하면,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 지속 시 가동률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SK온은 국내 배터리 경쟁사들과 달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등 다른 배터리 사업은 없고, 오로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만 하고 있어 전기차 시장 의존도가 높다. 

SK온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를 내고, 올해 전체로도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9조2649억 원, 영업손실 1조1050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SK온의 2분기 실적을 매출 1조7305억 원, 영업손실 3315억 원으로 전망했다.

그는 "흑자전환 예상시점은 오는 4분기"라며 "추가로 고려할 것은 공급과잉 상황에서 배터리 수요감소로 산업 내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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