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3-31 18: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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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패션업계 침체 속에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부문이 실적 부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말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앤라이프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는데 뷰티 부문이 올해 회사 실적의 방향키를 쥐고 있어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사업이 실적 부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올해 뷰티 사업이 회사 실적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돼 김홍극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앤라이프부문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홍극 대표.
31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화장품(코스메틱) 사업 부문 해외시장 확장을 위한 시장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K-뷰티 브랜드 ‘어뮤즈’는 지난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 패션 위크에서 여성복 브랜드 ‘리브 노부히코’의 공식 스폰서십으로 참여해 어뮤즈 제품들을 사용한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일본에서 어뮤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현지 사업을 본격 확장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어뮤즈는 ‘장원영 틴트’로 잘 알려진 비건 색조 브랜드로 높은 글로벌 인지도와 다수의 젊은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일본 진출 6년차를 맞은 어뮤즈는 5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76%에 달했고, 지난해 일본 매출도 전년보다 78%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0월 어뮤즈 지분 100%를 713억 원에 인수했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지난해 10월 말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앤라이프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기존 윌리엄 김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대표는 패션부문 대표를 맡아 김홍극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를 이끈다.
이를 놓고 윌리엄 김 총괄대표 체제아래 부진했던 실적을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패션업계 부진이 이어지며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이 크게 악화하자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 경영을 추구하기 위한 그룹의 조치라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크게 패션, 코스메틱, 생활용품(라이프스타일) 등 3개 부문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부문별 매출 비중은 패션 50.7%, 뷰티 31.7%, 라이프스타일 17.7%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독립 경영체제로 어뮤즈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적극적 투자를 통해 2028년까지 어뮤즈의 연간 매출을 2천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 30여 개 코스메틱 브랜드 전체 매출(4149억 원)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목표다. 신세계그룹 인수 전인 2023년 어뮤즈 연간 매출은 368억 원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년째 1% 중반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사업보고서 상품 매출 자료는 중국 법인 매출만 포함된 수치로 면세점과 법인 없는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 매출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부문 해외 매출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는 코스메틱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어뮤즈를 인수했다. 어뮤즈는 올해 일본 현지 유통망을 적극 확장하고, 일본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한정판 제품 발매, 현지 기업과의 협업 등 현지화 전략을 펼칠 계획을 세웠다.
어뮤즈 관계자는 “일본 시장을 겨냥한 특화 제품과 10~20대를 공략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일본 내에서의 브랜드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올해는 K-뷰티가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의 신규 시장으로의 도약도 함께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체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의 글로벌 공략도 본격화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비디비치’ 베이스 메이크업 신제품을 출시하고, 중국 내 영향력이 높은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한다.
오는 5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국 최대 뷰티박람회 CBE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출시 예정 신제품들을 선보인다. 비디비치는 클렌징 제품을 중심으로 지난해 중국 매출을 전년보다 30% 가까이 늘렸다.
비디비치의 일본과 미국 시장 판매채널 확대와 인지도 강화에도 나선다.
일본에서는 클렌징폼, 쿠션, 크림 블러시 등 비디비치 대표 제품을 앞세워 일본 이커머스 기업인 큐텐과 아마존재팬에 브랜드 채널을 운영하고, 드럭스토어 등 오프라인에 입점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최근엔 일본 현지 영업 담당 글로벌 전문가도 영입했다. 미국에선 세계 최대 이커머스 채널 아마존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을 세웠다.
▲ 신세계인터내셔날의 K-뷰티 화장품 업체 ‘어뮤즈’는 지난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 패션 위크에서 여성복 브랜드 ‘리브 노부히코’의 공식 스폰서십으로 참여해 어뮤즈 제품들을 사용한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부진한 실적을 거둔 데는 가장 매출 비중이 큰 패션업계가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윌리엄 김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해 소비심리 위축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연간 소매 판매가 21년 만에 최대로 줄었고, 특히 의복과 같은 준내구재는 3.7% 감소면서 패션뷰티 기업에는 더욱 도전적인 한 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부문 매출은 6617억 원으로 전년보다 6%가량 줄어 전체 매출 감소율(3.4%)의 2배 수준을 보인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에선 올해도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부문 매출 성장률이 0~3%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윌리엄 김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최적기”라며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회사 실적에서 코스메틱 부문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이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어뮤즈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체화장품 브랜드의 매출 성장률은 각각 11%, 15%로 추정된다”며 “미국, 일본 등으로의 국가별 판로 개척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매출 규모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64년생인 김 대표는 강릉상업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에 입사했다. 이마트 상품본부장을 거쳐 2018년 12월 신세계TV쇼핑(현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이사에 올라 4년가량 회사를 이끌었다. 2019년 연간 영업손실 37억 원을 봤던 신세계라이브쇼핑은 김 대표 체제 2년 만인 2020년 영업이익 256억 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