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세단 판매비중이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지면서 하반기 나올 K8 포함 준대형 세단의 판매실적이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상반기 국내 승용 신차 판매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초로 30% 아래로 떨어졌다. 작년 국내 베스트셀링카인 현대자동차 그랜저조차 국내 승용차 판매 5위로 밀려났다.
이런 가운데 기아 준대형 세단 K8이 이르면 오는 8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올해 국내 새로 출시된 11세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중국에서 만든 중형 세단 테슬라 모델3 등 수입 준대형 세단들이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가우데 K8 페이스리프트가 국내 세단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서 세단은 모두 20만9538대가 판매돼 같은 기간 판매된 전체 승용차(71만3481대) 가운데 29.4% 비중을 차지했다. 역대 반기·연간 기준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국내 SUV 판매 비중은 56.5%(40만3112대)였다.
국내 승용차 판매량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3.4%에서 해마다 낮아져 2020년 41.8%로 사상 처음 SUV(43.3%)에 역전을 허용했다. 2021년엔 38.0%로 40%선이 무너졌다. 이후 그 비중은 2022년 34.2%, 2023년 32.9%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재 국산차 가운데 세단 모델은 판매 차종 자체가 많지 않다.
▲ 기아 K8 페이스리프트 최종 디자인 예상도.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 영상 캡처> |
현대자동차, 기아,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5사가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SUV는 31종에 이르는 반면 세단은 12종에 그친다. 특히 국산 소형 세단은 2019년 현대차 엑센트 단종을 끝으로 국내에서 완전히 씨가 말랐다.
이는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SUV에 집중한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판매 차종이 적고 선택지가 좁은 만큼, 국산 인기 세단 모델들은 단단한 수요를 바탕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그마저도 흔들리고 있는 추세다.
2017~2021년 5년 연속 국내 자동차 판매 1위에 올랐고 작년에도 국내에서 11만3062대를 팔아 압도적 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찼던 그랜저는 올 상반기 3만3370대가 판매되는데 그치며 전년 동기(6만2970대)에 비해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다. 판매 순위도 올 상반기 누적 기준 5위로 밀려났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2만 대 넘게 팔린 국산 세단 모델 가운데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을 늘린 차종은 쏘나타(39.2%)가 유일하다. 다만 이 역시 일반 소비자 수요 증가라기보다 현대차가 지난 4월 중국에서 생산한 쏘나타 택시 모델을 국내 출시한 영향이 컸다.
상반기 국내 승용차 판매량이 9.0% 감소한 가운데 같은 기간 세단 판매량은 23.1%나 감소했다.
이르면 다음달 출시가 예상되는 기아 K8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국내 세단시장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신형 K8은 기존 모델에서 디자인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전면부를 중심으로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수준의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기아 K8 페이스리프트 전면부 디자인 예상도.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 영상 캡처> |
정확도 높은 신차 디자인 예상도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뉴욕맘모스가 위장막 테스트카를 바탕으로 제작한 예상도를 보면 기존의 가로형 헤드램프를 세로형으로 바꿔달고, 이를 수직으로 감싼 스타맵 시그니처라이팅 주간주행등(DRL) 장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DRL은 현대차 그랜저와 비슷하게 전면부 전체를 가로지르는 일자형 형태를 띄는데 사선과 점선으로 구성된 패턴을 넣어 한층 더 정교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아 중형 SUV 쏘렌토와 대형 RV(레저용 차량) 카니발은 각각 작년 8월과 11월 이와 비슷한 변화를 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는데, 그 뒤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리며 올 상반기 국내 승용차 판매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다.
K8은 기아가 2021년 1월 사명과 로고를 변경한 뒤 그해 4월 첫 출시한 모델이다. 기존 K7에서 차명을 바꾸고, 국내의 큰 차 선호 성향에 맞춰 휠베이스를 각각 20mm, 40mm 늘렸다.
K8은 출시 첫해 약 9개월 동안 4만6741대가 판매되며 선전했다. 하지만 2022년 4만5650대, 지난해는 4만437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1만2478대로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50.4%나 줄었다.
신형 K8은 단점으로 지적됐던 전면부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 바꾸는 만큼, 올해 들어 확 쪼그라든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아 측은 기대했다.
기아는 올해 K8 생산 목표를 6만5천 대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판매량보다 60.7%나 증가한 수치다.
국내 세단 판매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변수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고급 수입차 판매량이다.
국내 SUV 인기가 치솟는 와중에도 수입 고급 브랜드에선 상위 차급의 세단 모델이 여전히 가장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준대형 세단인 E클래스, 5시리즈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비즈니스포스트> |
특히 8년 연속 수입차 모델별 판매 1위를 차지한 벤츠 E클래스는 홍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을 해소하면서 하반기에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츠코리아는 올해 1월 11세대 E클래스를 출시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홍해가 가로막혀 판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1~3월 국내 판매량이 수백대 수준에 머물렀다. 4월부터 적체 물량이 국내에 들어오고, 국내 판매 트림(등급)이 증가하면서 월간 판매량이 2천 대를 넘어섰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홍해사태로 지연됐던 최초 선적 차량들이 국내 들어왔고, 추가로 출시된 E클래스 트림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E클래스 판매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2분기부턴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생산한 테슬라의 중형 세단 모델3도 국내 판매 시장에 합세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4월4일 모델3의 첫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모델3 후륜구동(RWD) 모델 판매가격은 5199만 원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 시작 가격보다 41만 원 싸다.
모델3는 올해 4~6월 단 3개월동안 국내에서 7026대가 판매됐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