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3-09-11 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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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이 연이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 상환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무산 이후를 대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비핵심자산의 매각에 속도가 나고 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은 8일 미국 현지법인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의 자산을 1466억 원에 처분했다. 일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무산에 이후에 발생할 상황에 대비할 재무적 체력을 확보했다고 본다.
11일 한진칼이 미상환잔액과 비교해 막대한 유동성을 확보한 것을 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무산 이후를 대비할 재무적 체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칼은 지난달 2642억 원에 서소문 빌딩을 대한항공에 매각한 데 이어 8일에는 미국 현지 호텔사업 법인 와이키키호텔앤리조트의 자산을 처분해 1466억 원을 확보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은 2020년 이전부터 추진하고 있던 매각 건으로 이번 매수자의 조건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은 현재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필수승인국가 3곳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미국 및 유럽연합의 현지에서는 합병 이후 여객과 화물사업에서 독과점이 발생한다며 통합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조 회장의 한진칼 개인지분은 5.78%, 특수관계인을 합쳐도 19,79%에 그쳐 공고한 지배력을 갖췄다고 보기엔 어렵다. 현재 우호세력인 델타항공의 보유지분 14.90% 및 산업은행의 보유지분 10.58%가 조 회장의 지배력을 굳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전제로 한 지분취득인 만큼 무산 시 산업은행 보유지분의 향방을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한진칼에는 호반건설 11.60%, 팬오션 5.75% LX판토스 3.83% 등 대외적으로 ‘단순투자목적’을 내세웠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외부세력들이 웅크리고 있다. 이는 조 회장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불안요소로 여겨진다.
한진칼이 확보한 유동성을 가지고 산업은행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거나 주주친화정책을 펼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종가 기준으로 산업은행의 보유지분 가치는 약 3천억 원에 이른다.
앞서 한진칼은 2022년 9월 200억 원을 들여 자사주를 취득하고, 연말 결산배당을 재개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쳤다. 당시 취약한 지배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주주들의 민심을 잡기위한 것이란 시선이 많았다.
인수합병의 성사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의 매각대금은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될 것이 유력해보인다.
한진칼은 7월3일 만기가 돌아온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잔액 1153억 원을 전액 상환했는데 이는 한진칼의 6월 말 별도기준 현금보유량(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2313억 원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다.
해당 상환을 반영한 한진칼의 만기 1년 이하의 회사채 미상환잔액은 1040억 원이다. 미상환잔액의 월별 만기도래 현황을 살펴보면 9월 230억 원, 11월 280억 원, 2024년 3월 530억 원 등으로 상환시기가 6개월 이내에 몰려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남은 회사채 상환을 두고 “추후 자금운영 계획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진칼은 지난해에도 보유자산 매각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한 바 있다.
한진칼은 2022년 6월 저비용항공사 진에어를 대한항공에 매각해 손자회사로 변경하고 매각대금 6048억 원을 쥐었다. 한진칼은 당시 매각 대금으로 연말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을 상환했다.
일단 한진칼은 자산 처분 이외에도 자금을 조달할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한진칼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3천억 원에서 6천억 원까지 늘리며 향후 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이번 매각이 단순히 조원태 회장이 2020년 이후 추진해 온 비핵심자산 정리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은 지난해 매출 213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을 거두는 등 한진그룹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 한진그룹은 2020년 2월부터 비핵심자산의 매각을 꾸준히 추진했다. 2021년 9월 5579억 원에 매각한 송현동 부지의 모습.
조 회장은 2020년 2월부터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제주파라다이스호텔 △칼호텔네트워크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등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코로나19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받은 데 따라 내놓은 자구책이었다.
이후 대한항공은 △기내식사업 및 기내면세점사업 7900억 원 △송현동 부지 5578억 원에 매각했지만 여전히 한진인터내셔날코퍼레이션(HIC), 왕산레저개발, 제주칼호텔, 제주파라다이스호텔 등의 비핵심자산이 남아 있다.
조 회장은 일부 매각 건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2021년 8월 항공매체 플라이트글로벌과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매각한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올바른 사업적 결정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쉬웠다”며 “경영이 정상화하면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을 우리 그룹으로 다시 데려오는 것이 나의 최우선 과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