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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미국 중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정조준, TSMC 추격 어려워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3-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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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미국 중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정조준, TSMC 추격 어려워
▲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SMIC를 겨냥한 다수의 규제 조치를 내놓았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기업 SMIC는 시진핑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정책에 ‘챔피언’으로 꼽히는 기업이다. 2000년에 설립된 뒤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로 성장해 퀄컴과 브로드컴,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 미국 대형 반도체 설계기업도 고객사로 두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SMIC가 ‘제2의 TSMC’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목표를 두고 다방면으로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지원해 왔다. 첨단 시스템반도체 제조 기술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과 자동차, IT플랫폼 등 주요 산업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SMIC가 초반에 성장해 온 역사는 TSMC와 다소 유사하다. 장중머우 TSMC 창업주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에서 장기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TSMC를 세웠고, SMIC 창업자인 장루징도 20대 때부터 텍사스인스트루먼츠에서 반도체 분야의 경험을 쌓았다.

대만이 장중머우를 영입해 TSMC를 설립하고 반도체를 국가 핵심 사업으로 키워내는 데 성과를 거두자 중국 정부도 이를 뒤따라 미국에서 장루징을 불러들여 TSMC와 비슷한 파운드리 전문 기업을 세웠다.

장루징 창업주는 ‘중국 반도체의 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SMIC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

SMIC는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초반부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중국 내 주요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단지를 유치해 경제 성장을 추진하던 여러 지방정부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것이다.

장루징 창업주의 전략은 SMIC가 단기간에 투자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후 반도체 기술 발전에 따라 투자 비용이 증가하자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본격화되었고, 중국 정부는 국영펀드 등을 활용해 SMIC의 14나노 등 미세공정 생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TSMC처럼 영향력 있는 파운드리 기업을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SMIC를 탄생시킨 만큼 자연히 두 회사는 대립 관계에 놓였다. 이러한 신경전은 TSMC가 SMIC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기술특허 및 지식재산을 침해한 혐의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며 구체화됐다.

TSMC는 SMIC가 설립 당시 180명에 이르는 직원을 영입하며 반도체 파운드리 핵심 기술과 관련한 문서를 빼오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SMIC는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기술 전문인력도 영입하면서 논란을 빚은 사례가 많았고, 결국 미국 법원은 TSMC의 손을 들어줬다.

SMIC는 막대한 합의금을 지불하며 소송전을 마무리한 뒤에도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 꾸준한 성과를 냈다. 특히 화웨이와 같은 중국의 대형 전자업체가 주요 고객사로 자리잡으면서 빠른 성장에 기여했다.

SMIC는 2018년부터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장비를 주문하며 삼성전자와 TSMC 등 상위 기업의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따라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7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7나노 이하 공정은 글로벌파운드리나 대만 UMC 등 상위 파운드리업체도 기술적 한계를 고려해 진출을 포기한 영역이다. 그러나 SMIC는 7나노 이하 공정 기술을 확보해 주요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좁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삼성전자와 TSMC를 위협했다.

삼성전자와 TSMC가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장에 SMIC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SMIC의 과감한 도전은 결국 미국 정부의 규제를 자극하는 원인이 되었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었고,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ASML이 SMIC와 같은 중국 기업에 EUV 장비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삼성의 라이벌] 미국 중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정조준, TSMC 추격 어려워
▲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미국 정부는 2020년부터 미국 기업도 SMIC를 대상으로 고사양 반도체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엄격한 제재 조치를 도입했다. SMIC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서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SMIC는 미국의 규제로 직격타를 맞게 됐지만 여전히 저력을 증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체 기술로 비밀리에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해 중국 내 고객사에 공급했다는 정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EUV 장비 없이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능력을 갖춰냈다는 점은 중국이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산업에 필요한 시스템반도체의 자급체제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자연히 미국 정부와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다시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 SMIC를 대상으로 한 추가 규제 조치가 시행됐다. SMIC가 미국 출신의 기술 인력을 영입할 수 없도록 미국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에 취업을 제한한 것이다.

이로 인해 SMIC는 현재 회사를 설립한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성장이 본격화되며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이 호황기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경로가 대부분 차단된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위 파운드리 업체에 SMIC가 특히 위협적으로 꼽힌 배경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공격적 생산 투자를 통해 공급 과잉을 이끌 가능성 때문이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업황 악화에 따른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삼성전자는 취약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 규제가 SMIC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정조준하는 방향으로 시행되며 삼성전자는 직격타를 피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28나노 이상의 구형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는 공급 부족 사태를 피하기 위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MIC가 해당 공정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사업 기반을 넓혀 나간다면 TSMC도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28나노 이상 반도체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14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 집중하고 있어 SMIC와 맞경쟁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는 SMIC를 TSMC와 같은 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에 ‘치명타’를 입히게 됐다. SMIC는 당분간 구형 반도체 공정에서 물량 공세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일 이외에는 뚜렷한 성장 전략을 찾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첨단 시스템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이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제재 조치가 발표된 뒤 ‘완전한 기술 자급체제 달성’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하고 글로벌 첨단기술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4부 - 삼성 vs CHINA
(3) 중국 메모리반도체 물량공세 위협, 삼성전자 부담 키워
(4) 미국 중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정조준, TSMC 추격 어려워
(5) 미중 갈등에 일본도 대응 나서, 삼성 ‘2나노 반도체’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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