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공장을 활용해 유럽 전기차배터리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동박시장 세계 1위를 노려볼 수 있다.
▲ 일진머티리얼즈 로고.
16일 일진그룹에 따르면 양 대표는 헝가리 동박공장 완공에 고삐를 죄 유럽시장에서 고객회사를 넓혀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동박은 전기차배터리소재인 음극재를 코팅하는 데 쓰인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유럽 전기차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전기차배터리 고객회사를 확보하기 위해 헝가리 공장 건설을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분석자료를 보면 유럽 전기차시장은 2019년~2025년 사이 연평균 38.2%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유럽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0년 75GWh(기가와트아워)에서 2025년에는 512.5GWh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대표는 글로벌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유럽 배터리시장에 대응하고 동박 공급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헝가리 동박공장 건설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 동박 세계시장 점유율은 대만 창춘(CCP)이 12.9%로 1위, 일진머티리얼즈가 9.7%로 2위, SKC가 7.4%로 3위를 나타내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유럽시장 공략 성과에 따라 세계 동박시장 판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최근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와 동박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에서 고객회사 확장에 성과를 보고 있다.
노스볼트는 폴크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자체생산) 전략을 추진하면서 손잡은 회사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노스볼트와 동박 장기공급계약을 바탕으로 앞으로 물량을 더욱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는 노스볼트와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전략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덜어내게 됐다"며 "노스볼트의 증설계획을 고려했을 때 전체 계약기간은 10년이지만 2025년까지 공급물량을 다 소화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동박은 대량생산이 까다롭기 때문에 단기간 후발주자가 나오기 어렵고 배터리 형태 및 사양과 무관하게 필수적으로 쓰이는 소재라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더라도 동박업체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와 소재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일진머티리얼즈가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내재화하는 전기차배터리에도 납품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더라도 배터리소재기업은 고객회사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것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양 대표가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 헝가리 동박공장은 주위에 국내 배터리회사 공장이 다수 모여 있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배터리회사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서 공장 증설을 이어오며 유럽시장 공략에 힘을 주고 있다.
양 대표로서는 헝가리 동박공장을 통해 삼성SDI나 SK이노베이션 등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난해 동박사업 고객회사 비중은 삼성SDI 45%, LG에너지솔루션 25%, CATL 10%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이런 비중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 대표는 말레이시아에서 공장 증설을 진행하면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앞으로 유럽 전기차시장과 배터리 고객회사의 상황을 고려해 동박공장도 추가로 헝가리에 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양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유럽에 추가로 공장을 증설해 2022년 말까지 10만 톤의 동박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신속한 증설을 위해 외부 자금유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구리 가격이 오르고 있어 일진머티리얼즈의 실적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 가격은 지난해 초 kg당 5달러에서 최근 8~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동박업체는 구리 가격 인상분을 동박가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