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최근 여의도 ‘최대어’ 시범 재건축 사업을 품었고 그동안 ‘래미안’이 없었던 창원과 광주에서도 도시정비 사업 일감을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오세철 사장은 주력인 그룹사 일감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 ▲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주택사업 비중을 높어 그룹 일감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삼성물산> |
20일 삼성물산 반기 보고서를 보면 오세철 사장이 취임한 이래 건설부문 수주잔고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 사장은 2020년 말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로 내정됐으며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오른 뒤 2024년 연임에도 성공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6월말 기준 9조5559억 원으로 전체(34조2455억 원)의 27.9% 비중으로 집계됐다.
오 사장이 취임한 뒤 2021년 6월 말 23.28%였던 주택사업 잔고 비중은 이듬해 6월 말 19.76%로 내려가기도 했으나 최근 5년 사이 다시 꾸준히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수주잔고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 사장이 도시정비를 필두로 하는 주택사업 수주를 삼성물산에 사업포트폴리오에 더한 모양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을 전후한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이 이뤄지던 2015년 도시정비시장에 손을 뗐다가 2020년대 이후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만큼 오 사장은 주택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이끈 것으로도 평가된다.
주택사업 비중은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올해 도시정비 시장에서는 10월 현재 시공권 확보 기준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9조2388억 원) 수준을 이미 넘겼다.
삼성물산은 지난 16일 2조2685억 원 규모 여의도 시범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올해 모두 9조6055억 원어치를 수주했다.
현재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지인 반포푸르지오리모델링과 창원 용호1구역, 목동13단지 등을 더하면 올해 연간 목표로 제시한 13조 원에 가까이 다가선다.
특히 올해 들어 삼성물산은 그동안 서울에 집중했던 주택사업의 범위를 전국 단위로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업지의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뿐 특정 지역을 배제해 오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동안 삼성물산의 주거 브랜드 ‘래미안’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브랜드로 여겨졌다.
오는 25일 창원 용호1구역 조합이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면 경상남도 ‘최초’ 래미안이 탄생한다. 삼성물산은 또한 올해 전남광주특별시 광산구 신가동 재개발 사업 참여 의사를 내비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올라 있다.
| ▲ 삼성물산이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제안한 '래미안 소넬리' 투시도.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삼성물산이 2020년 도시정비 시장에서 수주를 재개한 뒤 가장 규모가 크다. <삼성물산> |
다만 다른 건설사처럼 삼성물산 사업 구성에서 도시정비 사업을 비롯한 주택 부문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6월말 수주잔고 기준 도시정비 사업에서 삼성물산과 선두를 다투는 현대건설의 주택사업 비중은 47.8%로 절반 수준에 이른다. 반면 같은 시기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비중은 27.9%이며 주력 분야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사 물량의 수주 비중은 30%다.
오 대표는 도시정비 사업으로 자생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기존 주력 일감인 그룹사 물량도 함께 급증하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포트폴리오 균형이 상대적으로 안정될 여지가 큰 셈이다.
현재로선 삼성물산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사들은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 흐름을 타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의 국내외 생산설비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를 통한 하이테크 사업 수주는 올해 전망(가이던스)인 6조8천억 원을 큰 폭으로 웃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 예상되며 수주 전망치 상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올해 들어 인력을 크게 늘린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읽힌다.
6월말 기준 건설부문 임직원수(기간제 포함)는 6298명으로 1년 전보다 547명 늘었다. 지난해말과 비교해도 470명이 증가한 것으로 오 대표가 취임한 2021년 이래(6월말 기준)로도 가장 많다.
오 사장은 그만큼 한층 든든한 상황에서 연말 인사 시즌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 사장은 지난해 유임이 결정되며 10대 건설사 가운데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반열에 올랐다.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삼성물산 다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핵심 도시정비 사업지가 몰려 있어 업계 흐름대로 최대한 많은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매출에서도 주택의 비중이 올라갈 수 있지만 반도체나 신사업 등에서도 다른 일감도 늘어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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