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계획이 법원의 인가를 받으며 재무 부담을 덜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시작한 지 약 1년 반 만에 기업회생계획을 인가했다.
롯데건설은 홈플러스 점포 개발사업에 참여해 시공사로서 시행사의 후순위 대출에 보증을 통해 신용을 보강했다. 지난 6월말 기준 롯데건설의 홈플러스 관련 우발채무는 57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우발채무는 당장 부채에 잡히는 것은 아니나 사업이 잘못되면 생기는 빚을 말한다.
점포 개발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기 전에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롯데건설이 진 부담이 커질 수 있었던 셈이다.
지난 7월 초 법원이 홈플러스가 밟던 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자 당장 롯데건설을 비롯해 연관된 건설사들의 부담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당시 보고서에서 "홈플러스가 최종 청산되면 점포 개발사업과 관련한 대출에 대해 만기까지 기다리도록 하는 차주(개발 시행사)의 권리가 사라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대신 부담하게 되는 최대 이자비용은 연간 약 5백억 원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계획이 이제야 법원의 인가를 받은 것이어서 홈플러스의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업을 본 궤도에 올리고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매수자를 찾는 등의 여러 과제가 지목된다.
다만 롯데건설로서는 홈플러스 청산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를 일단 지워내면서 숨통을 트게 된 것이다.
특히 오일근 대표이사가 지난해말 취임한 이래 속도를 낸 재무건전성 강화 작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롯데건설은 6월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을 162.8%까지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업계 위험수위로 여겨지는 200%를 밑도는 안정권에 진입한 것이다.
▲ 롯데건설은 유동성 위기 이후 그룹의 지원을 받았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롯데건설의 재무건전성 강화가 필요했다.
롯데건설이 2022년말 유동성 위기를 겪자 롯데그룹은 ‘샬롯 펀드’를 결성해 지원에 착수했다. 샬롯펀드는 연장을 거쳐 만기는 2027년 3월까지로 설정돼 있다.
롯데건설은 샬롯펀드의 만기 전까지 3200억 원어치를 상환해 펀드 규모를 8천억 원대까지 낮춘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당초 지난해 리파이낸싱(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새 대출을 받는 일) 때만 해도 샬롯펀드 규모는 1조9천억 원 가량이었다.
재무구조뿐 아니라 사업 측면에서도 오 대표가 재무건전성과 관련한 잡음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았다.
현재 주력 먹거리로 자리잡은 도시정비 시장의 큰 사업지인 목동 14개 단지의 시공사 선정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의 이름값이 높아졌고 건설사 사이 치열한 물밑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재무건전성 우려는 수주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채권시장 반응을 보면 현재 현재 롯데건설을 향한 시장 신뢰는 크게 높아졌다. 지난 8월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예정액 5백억 원의 3배가 넘는 1500억 원 가량의 주문이 몰렸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6월만 해도 기관 투자자 주문을 하나도 받지 못한 ‘회사채 미매각 사태’에 놓였는데 이런 구조에서 벗어난 것이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PF 관련 우발부채를 올해말에는 2조2천억 원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는 2023년말(4조8천억 원)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롯데건설 6월말 연결 자본(3조6149억 원)을 밑도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올해는 롯데건설에 제기되던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가 무겁다는 지적에서 탈출하는 원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홈플러스와 관련해서는 올해 부천 상동점과 서울 동대문점의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며 관련 대출이 본PF로 전환돼 우발부채의 위험성이 낮아졌다. 롯데건설은 시장 상황을 살피며 나머지 홈플러스 점포들의 본PF 전환 시점 등을 고른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홈플러스와 관련해 당초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해소됐다"며 "점포 임대료 등으로 유입된 현금이 개발사업에 투입되는 구조가 정상화돼 추진하던 개발 사업이 일정에 맞춰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