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9-03 15: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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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이 채권자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된 데 이어 법원의 인가를 받았다. 사진은 8월7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았지만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계획안은 2028년까지 적자를 감수한 뒤 2029년부터 흑자로 전환하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알짜 점포를 매각하고 남은 67개 점포만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걷히지 않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영 정상화를 이끌 새 주인을 찾는 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축소된 점포망에서 안정적 영업현금흐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경영 정상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을 종합하면 2029년 영업손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홈플러스는 2028년 매출 3조3759억 원, 영업손실 103억 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9년에는 매출 4조1199억 원, 영업이익 1242억 원을 내며 흑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단순 계산하면 2028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월평균 약 2810억 원, 2029년에는 약 3430억 원의 매출이 필요하다.
홈플러스는 8월13일부터 점포 67곳의 영업을 재개한 뒤 8월30일까지 모두 116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를 30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월매출은 약 1940억 원 수준이다. 현재 67개 점포의 매출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2028년 회생계획에서 제시한 월평균 매출보다 약 870억 원, 2029년 목표보다 약 1490억 원 적다.
물론 8월 실적만으로 향후 영업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재개장 직후였던 데다 상품 공급이 충분히 정상화되지 않은 점포도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실적과 비교하면 홈플러스의 매출은 크게 낮아졌다. 홈플러스가 2020년대에 연평균 매출 6조~7조 원 정도를 냈다.
하지만 옛 매출 규모를 회복해야만 회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점포와 인력을 줄이면서 비용 구조도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점포 수는 회생 신청 전 124개에서 67개로 줄었다. 직원 수도 약 2만 명에서 94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광일 홈플러스 법률상 관리인은 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회생계획안 관계인집회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임대료를 월 200억 원 이상, 인건비를 월 260억 원 이상 절감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매출 기반 역시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2024회계연도인 2024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매출 6조9919억 원을 거뒀다. 이를 당시 124개 점포에 단순 배분하면 점포당 1년에 약 564억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반면 2029년 회생계획상 매출 4조1199억 원을 67개 점포로 나누면 점포당 매장 1곳에서 1년에 약 615억 원의 매출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실적이 잘 나오는 점포를 매각하면서 몸집을 절반 가까이 줄인 상황에서 남은 점포가 이전보다 높은 매출 효율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은 쉽지 않은 과제로 여겨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종업계 관계자는 “결국 홈플러스의 진정한 정상화는 점포 경쟁력과 수익성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사업 규모가 축소된 상황에서 반등이 가능할지, 이를 통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품 공급 정상화는 매출 회복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8월 재개장 당시 일부 홈플러스 점포의 상품 입고율은 약 30%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공급업체가 기존 후불 거래 대신 선결제를 요구하면서 홈플러스가 충분한 상품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점에 구매할 수 있는지가 고객 방문과 직결된다. 상품 구색을 회복하지 못하면 매출 정상화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급업체들이 기존 거래조건으로 돌아오고 상품 입고가 정상화돼야 재개장 직후 나타난 매출 증가를 반복 구매로 이어갈 수 있다.
▲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이 채권자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된 데 이어 법원의 인가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있는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손익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회생계획안 인가 뒤 고용 보장과 휴직자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추가 감원을 경계하는 것이다. 회사로서는 남은 점포와 인력을 추가로 줄이기보다 현재 67개 점포의 매출과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부담이 커진 셈이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회생계획안에는 더 이상 점포를 줄이지 않는 내용이 담겼지만 실제 매출이 감소하거나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매각이 나올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매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산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노조 내부 분위기는 많이 나아졌으나 아직 최소 인원만 출근하고 있는 만큼 언제 정상적인 출근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인수자를 확보하는 것은 정상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자금력이 있는 인수자가 들어오면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공급업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점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투자도 가능해진다.
안수용 지부장 역시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홈플러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선량한 인수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대로 된 투자를 통해 현재 공급되지 않는 상품까지 확보해 대형마트로서의 상품 구색과 영업 규모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 인수자가 나서더라도 영업 정상화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도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국내외 유통기업 10여 곳에 투자설명서를 보냈지만 실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축소된 점포망으로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새 인수자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회생계획을 끝까지 이행하려면 장기적으로 차입 능력도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마지막 해인 2037년 남은 채무 변제 등에 필요한 9143억 원을 차환 방식으로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정상화와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면 후반부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 신청에서 본격화됐다. 약 2조 원의 금융부채와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 영업 부진이 겹치면서 유동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회생 과정에서 점포 매각과 영업 축소,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회생 과정에서는 운영자금 부족으로 법원이 한때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지만 홈플러스가 2천억 원의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면서 절차가 재개됐다. 이후 67개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채무 변제와 흑자전환 방안을 담은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를 통과해 2일 법원의 인가를 받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향후 회생계획안상의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해나갈 것”이라며 “경영 정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기에 영업을 정상화하고 사업성을 개선해 최대한 빨리 흑자전환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