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위원회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우선' 이전 대상에서 빠졌지만 금융권 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애초 세종시 이전이 유력한 행정기관으로 꼽혔는데, 정부가 올해 4분기까지 결정을 미루면서 추가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다.
▲ 한성숙 국무총리(가운데)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와 업무 연계성을 이유로 지방이전에 반대하고 있는 금감원과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도 지방이전 반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의 세종 이전을 우선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날 발표된 이전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금융위의 서울 잔류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위 등 이날 언급되지 않은 기관과 관련해 “제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올해 4분기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고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 장관은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적용했던 잔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일단 세종행을 피했지만 서울 잔류와 세종 이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채 다시 판단을 받게 된 셈이다.
금융위는 2008년 출범한 뒤 18년 동안 여러 차례 청사를 옮기면서도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나지 않았다.
2008년 출범 당시에는 서울 서초동 옛 조달청 청사에 자리를 잡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는 여의도 금감원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조를 강화하고 금융회사와 거래소 등이 밀집한 여의도에서 정보 교류와 업무 협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금융위는 중앙행정기관들이 대거 세종시로 옮겨간 2012년에도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건물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서울에 남았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위가 민간 금융회사, 시장 참가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위의 최종 거취는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등은 물론 국책은행들의 지방이전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 노조는 금융위 이전 결정이 미뤄진 것을 계기로 금융기관의 서울 잔류 필요성을 피력하는 데 더욱 적극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금융산업노조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9.4 1차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이날 정부의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 뒤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9월4일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기관 지방이전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회견 뒤 질의응답 시간에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업무 비효율과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지방이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위나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등은 금융기관을 감독하고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기관들”이라며 “이런 기관들까지 내려간다면 금융기관들은 이들을 찾아 지방으로 가야 하고 감독을 위해 또 올라와야 해 시간과 비용 문제가 발생하는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프랑스나 일본 등 많은 선진국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면서도 금융만큼은 수도에 남겨뒀던 이유는 금융 집적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서울의 금융 경쟁력이 세계 8위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굳이 금융기관들을 흩뜨리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은 다른 산업보다 집적과 협업이 중요한 산업인 만큼 기업과 금융회사, 정책·공공기관과 전문인력이 가까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도 과거 공공기관 지방이전 당시 금융기관의 서울 잔류가 금융중심지 육성정책과 맞물려 추진됐다는 점을 짚었다.
류 위원장은 “2012년에는 금융기관이 서울에 남아 서울을 금융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다”며 금융기관 지방이전으로 기존 금융중심지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책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금융위가 우선 이전 대상에서 빠지면서 다른 금융기관들의 서울 잔류 가능성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가 있다”면서도 “금융위 제외가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지금까지처럼 지방이전 저지를 위한 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부 등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금융위 등 나머지 행정·공공기관의 이전 여부는 업무 특성과 다른 기관과 연계성 등을 중심으로 소관 부처 검토와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올해 안에 확정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