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타를 필두로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에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며 이번 실적 발표 시즌이 반도체주 전반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업체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 우려를 반영해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7월 말 콘퍼런스콜에서 제시할 앞으로 투자 계획이 반도체 제조사들의 주가 흐름에 이전보다 훨씬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 빅테크 AI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 가능성이 반도체 업황 불안요소
12일 주요 외신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빅테크 기업들의 하반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두고 시장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사기관 비저블알파의 집계를 인용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메타의 2분기 설비 투자 규모가 1680억 달러(약 253조 원)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2025년 2분기와 비교해 약 74% 늘어나며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메타가 데이터센터 일부를 자체적으로 활용하는 대신 외부 업체에 임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과잉 투자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가 자체 인공지능 사업에서 충분한 투자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현재 진행중인 증설 계획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빅테크 기업들 가운데 하나라도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축소한다면 기술주 투자자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에 가장 큰 수혜를 본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증권사 제프리스는 “메타가 경쟁에서 이탈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시점에 데이터센터 과잉 투자 신호를 보냈다는 점은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비롯한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주가는 실제로 메타의 데이터센터 임대 가능성이 전해진 뒤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 ▲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요 빅테크 기업 2026년 및 2027년 투자 지출금 전망. <그래픽 제미나이 제작> |
◆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이 지출 증가로 이어져, 지속가능성 불안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메타의 데이터센터 임대 계획이 전해진 뒤에도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 투자 전망치를 오히려 높여 내놓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7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구글 지주사 알파벳의 2026년과 2027년 투자 지출을 각각 1950억 달러(293조 원)와 2900억 달러(약 436조 원)로 예상했다. 기존 예측인 1870억 달러와 2570억 달러 대비 높아진 수치다.
아마존의 2026년 투자 예상치는 1590억 달러(약 239조 원)로 유지됐지만 2027년은 당초 1960억 달러에서 2300억 달러(약 346조 원)로 상향됐다.
메타의 지출 전망도 2026년 1300억 달러, 2027년 1570억 달러였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각각 1450억 달러(약 218조 원)와 1850억 달러(약 278조 원)로 높아졌다.
데이터센터 일부를 메타가 외부 기업에 임대하더라도 설비 투자금이 줄어드는 대신 오히려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8일 미국 CNBC에 따르면 메타는 데이터센터 일부를 임대할 계획을 내놓은 뒤에도 캐나다 앨버타주 스터전카운티에 약 90억 달러(약 13조7천억 원)를 들여 1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투자 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을 꼽았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서버 하드웨어, 전력과 통신 설비를 구축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지목됐다.
빅테크 기업들의 지출 확대가 오히려 시장 전반에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재무 여력과 자금 조달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배런스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며 “하지만 비용은 앞으로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 SK하이닉스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SK하이닉스 > |
◆ 빅테크 어닝시즌이 투자심리에 관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도 영향권
빅테크 기업들은 ‘어닝시즌’에 7월 하순부터 순차적으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열고 중장기 사업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구글과 메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콘퍼런스콜에서 잇따라 분기 및 연간 지출 예상치를 높여 내놓으며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모간스탠리를 비롯한 증권사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은 인공지능 호황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관련한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메모리반도체 투자자들이 최소한 2년 동안 업황 호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야만 주가 하락세가 멈출 수 있다는 투자기관 퓨처럼에쿼티의 관측도 제시됐다.
퓨처럼에쿼티는 “메모리반도체 주요 고객사들이 가격 상승에 저항하는 신호가 나타나거나 공급 부족이 완화되는 추세가 파악되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기관 제이골드어소시에이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그동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의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투자 확대 속도가 늦춰진다면 메모리반도체 가격 및 제조사들의 실적과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빅테크 기업들의 콘퍼런스콜 내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기업 주가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구글 지주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지시각으로 오는 28일, 메타와 아마존은 각각 29일과 30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