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일 촬영된 슈퍼 태풍 바비의 위성 사진. 왼쪽 상단의 푸른색 섬이 대만이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40년 동안 최악의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슈퍼 태풍 '바비'가 대만 상륙을 앞두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바비가 슈퍼 태풍으로 발전한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엘니뇨를 지목했다.
올해 기후 변화가 심화하면서 '슈퍼 엘니뇨'까지 나타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슈퍼 태풍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 최대풍속 200km/h 넘는 바비, 면적은 프랑스보다 커
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대만 기상청 발표를 인용해 태풍 바비가 최대 풍속 200km/h가 넘는 강도를 유지한 채 대만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기상청의 태풍 등급에 따르면 풍속이 194km/h가 넘으면 초강력 태풍으로 분류되는데 바비는 이보다 더 강력한 셈이다.
제이슨 장 대만 기상청 예보관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이 정도 규모의 태풍은 상당히 드물었다"며 "이번 태풍은 1987년 이후 대만을 강타한 가장 심각한 태풍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바비는 가장 넓은 지점을 기준으로 하면 지름이 약 1천 km를 넘어 프랑스 국토보다 큰 크기를 보이고 있다.
바비는 10일 대만 남쪽 해역을 통과해 11일 오후에 타이페이에 상륙한 뒤 중국 남부로 북상해 난징을 거쳐 복건성 장저우시 인근에서 소멸할 것으로 예보됐다.
워낙 크기가 큰 탓에 대만에 상륙할 때 인접 지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본 오키나와현은 10일 강풍, 산사태, 홍수 경계 태세를 발령했다. 일본항공은 10일부터 12일까지 편성된 오키나와 항공편 50여 건을 모두 취소했다.
남중국 일대에서는 지난 6일 중국 본토에 상륙해 큰 피해를 입힌 태풍 마이삭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바비의 피해까지 겹치면 엄청난 재산,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샴보 펑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열대성 저기압 연구원은 로이터를 통해 "바비가 육지에 상륙하거나 해안 지역에 접근만 해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진로를 조금만 바꿔도 상당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후변화가 태풍 바비 덩치 키워
앞서 7일(현지시각) 미국 기후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은 슈퍼 태풍 바비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인간활동으로 발생한 기온상승이 없었다면 바비가 슈퍼 태풍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확률은 약 93.8%에 달했다.
클라이밋센트럴은 결과적으로 기후변화가 바비의 슈퍼 태풍 발전 가능성을 약 80배 높였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 1월부터 태평양 면적의 약 91%에 걸쳐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태풍이 강해지기 위한 최적의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발생한 엘니뇨도 바비의 덩치를 더욱 키웠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일대 수온이 과거 30년(1991~2020년) 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아진 상태가 5개월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 기온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또 통계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북대서양 일대의 허리케인 발생 빈도나 강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대신에 서태평양 일대의 태풍 강도는 더 높아진다.
| ▲ 9일(현지시각) 대만 북부 기륭항에 어선들이 태풍에 대비해 서로 묶인 채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
◆ 슈퍼 엘니뇨에 슈퍼 태풍 더 빈번해질 가능성 커져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미국 기후예측센터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엘니뇨는 7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엘니뇨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간 이상의 강도의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점인 30년 평년치(1991~2020년)보다 수온이 1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이 적도 부근 뿐만 아니라 태평양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후예측센터는 올해 엘니뇨는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엘니뇨가 될 가능성이 8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관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동태평양 일부 지역 수온은 평년보다 2.7도 더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대기청, 세계기상기구 등 기상 기관들은 수온이 30년 평년치보다 2도 이상 높아지면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본다.
기후예측센터는 "엘니뇨는 연말까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2027년 초봄까지 지속될 확률은 97%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벤자민 호튼 홍콩 시립대 에너지환경대학 학장은 로이터를 통해 "바비와 같은 슈퍼태풍은 갈수록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어 문제"라며 "재해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탓에 우리는 피해를 회복하고 회복력을 갖출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더욱 빈번하게 강력한 태풍이 찾아와 전례없는 양의 강우를 쏟아붓고 홍수, 산사태, 농작물 피해, 인명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은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