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미국 관세 정책으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들이 위치한 베트남과 인도 등에 높은 관세가 적용되면서, 각 지역의 생산량을 일부 조절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베트남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최원준 사장. <삼성전자> |
4일 스마트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에 46%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과 타이응유옌 지역 공장에서 전체 갤럭시 스마트폰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월 1천만 대에 이르는 생산량이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도 대부분 베트남에서 만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 인도에서 30%, 한국에서 8%,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 6%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에 46%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베트남에 막대한 투자를 한 삼성전자는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의 최대 외국 투자기업이며, 현재 6개의 제조공장과 1개의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한 총 규모는 224억 달러(약 32조1700억 원)에 이른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에 스마트폰은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이라며 “대부분의 제품이 베트남, 중국, 인도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신흥국에서 생산되는데, 이들 국가에 높은 관세율이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MX사업부에 새롭게 신설된 COO 자리에 임명된 최원준 사장은 첫 임무로 관세라는 난제를 받아든 셈이다.
COO는 기업의 생산과 제조, 사업부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다.
MX사업부장을 맡던
노태문 사장이 DX부문장 직무대리를 겸직하게 되면서, MX사업부 내에서 최 사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의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의 성공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차기 MX사업부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최 사장은 우선 일부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브라질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브라질에 10% 관세만을 부과했다. 삼성전자의 다른 생산기지인 인도와 한국, 인도네시아에 각각 26%, 25%, 32%의 상호관세가 부과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 미국으로 향하는 운송 거리도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까워 물류비 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공략을 위해 역량을 집중했던 만큼, 관세 영향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하한 2억2300만 대의 스마트폰 가운데 13%는 미국에서 판매됐다. 수익 기여도가 높은 갤럭시S 시리즈와 폴더블 모델의 미국 매출 비중은 27%와 20%에 달한다.
특히 갤럭시S24 시리즈를 출시했던 2024년 1분기에는 미국 스마트폰 점유율을 31%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2024년 전체 평균 점유율은 24%로 2023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던 삼성전자에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 <삼성전자> |
생산기지를 이전한다고 해도 그 비용은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부분 국가에 관세가 부과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경쟁사인 애플이 관세에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에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중국(86%)과 인도(14%)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는 54%와 26%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이폰 가격이 현재보다 30~4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금융증권사 제프리스는 최악의 경우 2025년 애플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14%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이 애플의 관세를 면제해준 사실이 있는 만큼, 추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며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관세를 면제하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이득을 본다”는 논리로 관세 면제를 이끌어 냈다. 김호현 기자